‘최고’의 음반 내놓고 활동 접는 모던록 밴드

입력 2017-06-06 05:00
최근 9년 만에 내놓는 새 음반이자 마지막 앨범인 정규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발표한 밴드 언니네이발관. 왼쪽부터 이 팀의 멤버인 이능룡 이석원 전대정. 블루보이 제공
밴드 언니네이발관이 3집을 발표한 2002년, 라디오에서는 종종 이 팀의 신보를 선전하는 광고가 전파를 탔다. 수록곡 ‘2002년의 시간들’이 흘러나오면서 포개진 내레이션은 지금은 세상을 뜬 가수 신해철의 목소리였다. “당신이 언젠가 따라 부르게 될 멜로디.” 짤막한 내레이션이었지만 이 밴드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문구였다.

지난 1일 언니네이발관의 마지막 음반이자 정규 6집인 ‘홀로 있는 사람들’(사진)이 세상에 나왔다. 5집 ‘아주 보통의 존재’가 발매된 게 2008년이니 9년 만에 나온 신보다.

앨범엔 모두 9곡이 담겼다. 이 팀의 마지막 음반이기 때문일까. 음악에서는 비장하면서도 회한과 아쉬움의 감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수록곡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띠지만 저마다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게 특징이다. 가수 아이유가 목소리를 보탠 노래도 실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음반을 격찬하고 있다. 음악평론가인 김작가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쥐어짠 것 같다. 완성도가 대단하다”고 평했다. 이어 “많은 밴드들이 초창기 좋은 음반을 낸 뒤 그 후광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팀은 달랐다”며 “하향 곡선을 그린 게 아니라 5집이나 이번 음반에서도 대단한 성취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경준 음악평론가는 “사운드의 결이 대단한 음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원래부터 완벽주의로 유명한 팀이었지만, 이번 음반은 마지막 앨범이이선지 완벽에 가까운 퀄리티를 선보이겠다는 욕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나온 앨범인 것 같다”고 했다.

이석원(보컬 및 기타) 이능룡(기타) 전대정(드럼)으로 구성된 언니네이발관은 우리나라 1세대 인디밴드 중 한 팀이다. 1994년 결성돼 96년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발표했고, 98년 2집 ‘후일담’을 내놓으면서 한국 모던록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과 2004년 각각 발표한 3집, 4집의 경우 평단의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지만, 5집은 2000년대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평가받았다.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앨범’ ‘최우수 모던록 음반’을 수상했고, 수록곡 ‘아름다운 것’은 ‘최우수 모던록 노래’에 선정됐다.

김홍범 KBS 라디오 PD는 “언니네이발관은 국내 밴드 음악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린 밴드였다”며 “가사만 하더라도 거의 문학에 가까울 정도로 철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음반명과 동명의 노래 ‘홀로 있는 사람들’이다. 23년간의 음악 여정을 마무리하는 곡으로 팬들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처럼 들린다. ‘나는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냐/ 그렇지만 이 세상도 나에겐/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 너와 함께/ 어디서나 언제까지나/ 우리 함께 계속 노래해.’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