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마찰에 中-EU ‘녹색동맹’도 무산

입력 2017-06-04 18:34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에 즈음해 새로운 국제 공조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유럽연합(EU)과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선언’이 통상마찰로 불발됐다.

탄소배출량 세계 1위 중국과 3위 EU가 파리협정 이행과 ‘녹색 동맹’ 구축을 강조한 공동선언을 발표, 파리협정 당사국에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도 무너졌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상관없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협력과 연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양측은 앞서 채택이 확실시될 것으로 전해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선언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와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통상 문제를 둘러싸고 ‘불안한 공조’를 노출했다. 그간 중국의 값싼 철강 제품과 태양전지판에 반덤핑 조치를 취해온 EU는 중국에 무역 불균형 문제를 또다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EU 측은 유럽 투자자가 중국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국 진출 기업이 불공정 규제로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리 총리가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조건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EU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채택 불발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비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받아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담하고 있으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경제국 지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