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드, 한국 입장 이해”… 부정적 기류는 여전

입력 2017-06-05 05:00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한국 미국 일본 3국 국방장관이 3일 3자 회동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한민구 장관, 미국 제임스 매티스 장관, 일본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AP뉴시스

미국 안보라인 핵심 당국자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일단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겉으로 드러난 미국의 반발이 크지는 않았지만 워싱턴 분위기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사드 문제가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국 정부의 조치를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우리 정부의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로 기존 결정을 바꾸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또 사드 배치 문제를 한·미동맹 정신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사안에 대해)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런 입장으로 볼 때 미국은 일단 한국의 조치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막 출범한 한국 정부와 갈등 양상을 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불쾌하게 여기는 기류도 감지된다. 북한의 1차 위협 대상은 한반도이고, 한반도 안보를 위해 배치된 주한미군과 유사시 전쟁유지 능력 보호를 위해 배치되는 사드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반발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미국은 사드 국내 반입에 대해 정당한 과정을 밟았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이 아시아안보회의 주제발표에서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과 투명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는 또 “북한은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이라며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상상이 아닌 현실적인 위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를 담당하는 제임스 실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의 방한 행보도 주목된다. 실링 국장은 2박3일 일정으로 4일 입국했다. 그는 5일에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방한 기간 한민구 장관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실링 국장은 지난해 8월에도 방한해 언론 인터뷰를 갖고 사드 관련 논란을 해명한 바 있다.

한편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공유 및 연합훈련을 강화하는 등 군사적 공조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기로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