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순실(61·구속 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법원이 정씨 구속영장에 대한 기각 사유로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가 아닌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을 들고 있어 단순 보강조사에 이은 구속영장 재청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정씨에게 새로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정씨의 혐의가 더 분명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훨씬 높은 범죄 혐의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고려 중인 혐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외국환관리법 위반, 뇌물수수 등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상대적으로 명백한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을 적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씨가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수혜자이긴 하지만 이화여대·청담고 입·학사 특혜 비리를 주도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검찰 수사로 혐의 일정 부분이 소명됐지만 범죄 가담 정도가 구속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국면을 바꿀 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영장에 적시된 2개 혐의를 보강조사해 영장을 재청구한다 해도 발부받기는 불투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영장에서 제외된 삼성 뇌물 78억원 은폐 혐의, 정씨가 독일 체류비 등 명목으로 2만5000유로를 밀반출한 부분과 해당 자금의 출처 등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조사 결과에 따라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새로운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겠지만 “어머니가 다 했다”는 정씨 측 논리를 깨지 못한다면 이대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도 높다.
한편 구속을 면한 정씨는 덴마크에 체류 중인 아들의 입국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 측 관계자에 따르면 정씨 아들은 이르면 이번 주 초 보모와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현재 최씨의 미승빌딩에 머물고 있는 정씨는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검찰의 추가 수사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다면 정씨 측은 아들을 돌봐야 하는 사정 등을 내세워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아들의 입국을 서두르는 것이 불구속 수사의 당위성 확보 차원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檢, 정유라 수사 ‘삐걱’… 새 혐의찾기 고심
입력 2017-06-0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