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골프 톱랭커 필 미컬슨(47·미국)이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불참한다. 맏딸의 고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뉴욕타임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컬슨이 16일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US오픈에 나서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US오픈 1라운드가 열리는 시간 맏딸 어맨다 미컬슨의 졸업식이 있기 때문이다. 어맨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퍼시픽 리지 하이스쿨에 재학 중이다.
이번 US오픈은 미컬슨에게 아주 중요했다. 4개 메이저대회 중 3개를 우승한 미컬슨은 US오픈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미컬슨은 US오픈에서 6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미컬슨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기회보다 가족을 먼저 선택했다. 미컬슨은 “훗날 인생에서 이 순간을 되돌아봤을 때 졸업식에 참석한 것이 소중하고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미컬슨의 가족 사랑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US오픈 때도 미컬슨은 미 대륙 서쪽 끝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어맨다의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뒤 경기가 있는 동쪽 끝 필라델피아까지 3800㎞가량을 날아왔다. 1라운드 시작 2시간 전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당시 미컬슨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에 오르며 US오픈 ‘준우승 징크스’를 깰 것으로 보였으나 마지막 4라운드에서 퍼트 난조에 시달리며 준우승에 그쳤다.
1999년 US오픈에서도 준우승을 거둔 미컬슨은 당시 무선호출기를 차고 경기에 임했다. 출산을 앞둔 아내 에이미의 소식을 빨리 전달받기 위해서였다. 경기 전 미컬슨은 “아내에게 연락이 오면 당장 집으로 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컬슨은 2009년 아내가 유방암 선고를 받자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포기하는 등 3개월간 투어 활동을 중단하고 그의 곁을 지켰다. 공교롭게도 그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불륜 스캔들이 터지며 미컬슨의 가족 사랑이 부각돼 팬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필 미컬슨의 ‘남다른 가족 사랑’
입력 2017-06-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