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4.0시대] 원유 언제 사면 좋을까?… 빅데이터가 ‘최적 시점’ 예측

입력 2017-06-04 18:55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 1층에 개설된 발전소 원격 관리 서비스 센터에서 직원들이 발전소를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은 ‘굴뚝산업’으로 불렸던 정유·에너지 업체들의 사업 형태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정유 업체들이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미래 수급상황을 예측하는 기법을 도입하고 발전소와 공장을 인공지능(AI)으로 통제하면서 환경이슈에 대비하는 경향은 점점 일반화돼 가고 있다. 기존에 석유를 기반으로 한 영역을 뛰어넘어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뛰어드는 업체도 속속 나오고 있다.

‘때려 맞추기는 더 이상 없다’…빅데이터로 내다본다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정유산업에서 핵심 과제는 원유구매다. 제품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원유를 구매하는 시점과 가격에 따라 해당 업체의 실적이 엇갈린다. 국내 주요 정유 업체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제성 있는 원유 도입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원유를 6개의 제품군으로 분류해 각각의 특성을 관리한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향후 유가와 수급을 예측하고 최적의 원유조합을 찾아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홀짝 맞히기’ 수준에 불과했던 유가 예측이 지난해 80%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유가변동 상황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장기 원유도입 비중은 50% 수준으로 타사에 비해 낮은 데다 빅데이터 도입으로 원유구매 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됐다.

S-OIL 역시 올해부터 빅데이터팀을 신설해 분석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공장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드러나는 이상징후들을 데이터로 축적해 문제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 S-OIL 관계자는 “예지정비 시스템을 구축해 공정의 운영 안정성과 설비 신뢰도를 높이는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분석과제의 수행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IoT와 로봇으로 통제하는 공장… 더 효율적이고, 깨끗하게

두산중공업은 2014년 소프트웨어개발팀과 데이터분석팀을 만들어 일찌감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팩토리’ 구축이다. 생산공장에 설치된 기기에 센서를 설치해 데이터를 취합·분석한 뒤 생산과정을 최적화한다. 창원공장에는 발전소 원격관리서비스센터(RMSC)가 개설돼 운영 중이다. 발전소 운영 관련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고장을 예측하는 조기경보 시스템 등을 갖췄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로봇 도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원자력 공장에 원자로 자동용접 로봇을 도입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용접로봇이 활성화되면 작업자의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고 균일한 용접 품질을 확보해 불량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두산중공업은 기대하고 있다. 용접로봇 등 공장자동화를 위해 도입된 산업용 로봇은 지난 2월까지 총 13종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까지 35종의 로봇을 도입하고 생산계획·관리 시스템 등 31건의 디지털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LG화학은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도입해 획기적인 에너지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부각되는 태양광과 전기에너지를 보관할 전력저장장치(ESS)를 통해 오창공장에 자가발전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폐기물 소각열을 활용한 온실가스 절감과 폐열 회수설비 등을 통해 환경이슈에도 대비하고 있다.

전통 에너지 탈피해 새로운 자원 넘보는 에너지 기업들

그동안 석유와 석탄 등 전통 에너지에만 집중했던 정유화학 기업들의 사업영역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케미칼 분야에 진출해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약 500억원을 투자해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을 착공했고 올해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시범공장을 운영하면서 향후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팀도 따로 꾸렸다. 신설된 위디아(We+dea)팀은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을 비롯해 모빌리티, 공유경제, 핀테크, 자율주행차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술 트렌드를 분석한다. 또 중간관리자급 이상 인재들을 모아 미래전략팀을 새롭게 구성했다. 미래전략팀은 사업 환경요인을 선제적으로 내다보고 중장기 사업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