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게 야당 역할 아니다

입력 2017-06-04 17:42
국회가 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한다. 그동안 위장전입, 논문 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부인 취업 특혜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인사청문회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해명됐다고 보고 있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3당은 일단 부적격이라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의 도덕성 흠결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 보이콧’까지 엄포를 놓고 있다.

야당이 김 후보자에 대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기업의 공정경쟁을 책임지고 준사법적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장은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다. 스스로 면죄부를 준 청와대도 문제지만 야당은 문재인정부 길들이기에 나선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반대를 하더라도 ‘국회 보이콧’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 4년여 전 지금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료 후보자들을 반대했다고 해서 똑같이 갚아주는 것이라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한국당은 지난 1일에는 이낙연 초대 국무총리의 예방을 거부하고 청와대가 주도하는 여야정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여야정 협의체 상설에 합의한 게 한 달도 안 됐다. 국민들은 모처럼 하나 된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가졌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하지 않으면 산적한 현안들을 풀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칠 수 있다. 대통령의 원칙 없는 인사에 문제가 있지만,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게 옳다.

야당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을 대변하고 건전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의무다. 하지만 국가나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정권의 발목을 잡거나 몽니 부리는 것으로 보여선 곤란하다. 국민 눈높이로 판단해서 반대할 것은 반대하더라도 협조할 부분은 대승적 차원의 양보가 필요하다. 한국당은 다음달 3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한국당은 4일 귀국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위시한 비박 진영과 친박(박근혜)계가 갈등을 겪고 있다. 양 진영이 당권을 쥐기 위해 구태의연한 선명성 경쟁에만 매달린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지난 대선 때 후보 지지율이 24%에 달했던 한국당이 8%로 떨어진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철저한 쇄신과 반성만이 국민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