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기도, 제주도, 부산으로 확산됐다. 벌써 가금류 2만5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정부는 사흘 전 평시로 전환한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상향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양계 농민들은 악몽이 재현될까 불안하다. 불과 몇개월 전 전국을 휩쓴 AI로 3000만 마리가 넘게 살처분됐고, 피해 규모는 1조원에 달했다.
지난 4월 이후 AI가 진정되면서 정부는 여러 대책을 쏟아냈다.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따라 시스템을 점검하고, 위생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에 군산 종계농장에서 감염된 병아리가 중간유통상 및 전통시장 소매상을 거쳐 폐사할 때까지 대응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양계 농가에서는 가금류가 이유 없이 폐사했는데도 신고하지 않았고, 방역당국은 진원지를 찾지 못한 채 소규모 생산자와거래상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일이 터지면 땜질하는 식의 대책은 불신만 불러온다. AI 때문에 달걀을 수입하는 지경인데도 인력과 예산을 탓하며 양계장 위생 감독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실제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컨트롤타워인 가축방역관이 없는 곳이 70곳이나 된다. 가축방역공동방제단은 비정규직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기술을 익히고 양계 농가의 소소한 사정까지 알 때가 되면 정규직 전환에 걸려 신규 계약직 직원으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공동방제단은 곳곳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확인하기 때문에 이번처럼 소규모 농가에서 발생하는 AI를 조기에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4∼5개월 후면 AI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살처분으로만 대응하며 위생·방역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AI를 막을 수 없다. 자칫 양계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백신 도입 및 개발, 전문인력 양성, 예산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사설] 다시 발생한 AI… 근본 대책은 언제 마련할 건가
입력 2017-06-04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