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강준영] 압박과 대화 사이의 균형점

입력 2017-06-04 17:45

한반도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강행 가능성이 초래한 4월 위기를 가까스로 넘어갔다. 대북 선제 군사타격까지 거론했던 미국도 대북 전략을 일부 수정해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대북 정책 기조를 확정하고 ‘최종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천명했다. 문재인정부도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기조를 확정하고 민간 교류 재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등 지난 정부에 비해 대화 지향적으로 남북 교류 재개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미 양국 역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원칙에 공감하고 조속히 비핵화 통로를 모색하자는 정부 간 협의를 마친 상태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5월에만도 아홉 차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만 해도 벌써 세 차례 미사일 실험을 했다. 사실 북한은 4월,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비등하고 미국의 압력 하에 중국이 기존과 다른 압박을 가하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여하한 상황에서도 중국은 결국 북한을 포기할 수 없고,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 한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은 실행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통적 믿음이 흔들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이 지나자 북한은 다시 기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리고, 중국 역시 트럼프가 양국 경제를 연계한 대북 압박 요구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던 차에 한국에서는 대북 유화적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 역시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구조적으로 쉽게 풀리기 어려워 대북 밀착 압박 공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4월 분위기와 비교해 일정한 틈새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자체 로드맵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를 얻고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이 여전히 최선의 전략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으로는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과 미국의 의도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미국이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은 유예하면서 중장거리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중·저강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은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을 놓고 미·중이 거래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에는 미국에 동조하지 말고 핵보유국인 북한과 같은 보조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며, 미국에는 직접 대화 상대가 북한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북한은 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조치 강화가 어려운 상황임을 잘 읽고 있다. 미·일 등의 단독 제재는 이중 제재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중국이 있고, 3일 유엔이 일곱 번째로 제2356호 대북규탄 결의안을 낸 것과 같이 달리 특별한 제재 방도가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금의 상황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설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도발 중단을 대화 재개의 최소 조건으로 상정한 한·미 등을 향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선 제재, 후 협상’ 기조를 분명히 한 새 정부도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북 대화를 모색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우선 국제 공조를 통한 압박을 강화해야 하는 건지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외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만을 관철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현재는 이유야 어찌됐든 매우 어렵게 형성된 중국의 대북 압박 분위기를 살려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분명한 입장을 설파하면서 미·중과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눈앞에 있다.

강준영(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