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지금 형태의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집단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기업집단국 신설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후보자는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정위의 법 집행 방법 중 하나가 형사 개입”이라며 “지금은 (공정위가) 고발권을 갖는데 많은 사람이 권리 구제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속고발권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인(私人)이 직접 법원에 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 중단을 청구하는 ‘금지청구권’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다만 “법 집행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형사와 민사, 행정 제재의 효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한 만큼 국회와 논의해서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로,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김 후보자는 또 “최근 일감 몰아주기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등 새로운 형태의 부당 지원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며 기업집단국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감면) 제도에 대해선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생소하고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제도가 없으면 피해를 회복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며 “비용편익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분할·계열분리 명령제는 필요하다”며 “다만 발동될 수 있는 상황이나 충격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서울 청담동 아파트 특혜 매입, 목동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위장전입, 논문 표절과 부인 취업 특혜 등 도덕성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홍일표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5년 재건축 아파트인 청담동 H아파트 2차를 공개분양 절차 없이 6억1620만원에 구매해 특혜 의혹이 있다”며 “학군 우수성, 교통 편의성 등 때문에 당시 경쟁률이 굉장히 셌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청담동이라고 하니 굉장히 고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동짜리 작은 아파트이고, 1층 그늘진 곳이라 미분양 상태였다”며 “복덕방을 통해 미분양 사실을 알았고, 재건축조합 사무실에 찾아가 직접 계약했다”고 말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김 후보자 아내의 채용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원칙적으로 자격이 안 된다. (채용) 해지 사유’라는 답을 들었다”며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똑같은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선동 한국당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행정감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위원장이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위장전입과 강연비 신고 누락 의혹도 다시 등장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기업을 상대로 시민운동을 한 지난 20년간 칼날 위에 선 긴장감을 갖고 살았다”며 의혹들을 반박했다. 은마아파트 거주와 관련해선 “영국에서 돌아왔을 때 아내가 길거리에서 쓰러졌고, 대장암 2기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그때 수술한 병원이 강남에 있어 치료를 위해 이사한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다만 ‘다운계약서’ 논란에 대해선 “지금 국민행정과 맞지 않지만 당시에는 관행이었다”고 해명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지금 청문회는 청문회라기보다 고문(에 가깝다)”이라고 비판했다.
글=전웅빈 김판 기자 imung@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김상조,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칼날 위 긴장감 갖고 살았다”
입력 2017-06-0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