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행보’ 나선 李총리…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취소 왜?

입력 2017-06-03 05:03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예방해 휠체어에 앉아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 사흘째인 2일 전직 대통령과 부인, 전직 국무총리 등을 차례로 예방하며 통합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총리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사무실 입구에 마중 나와 “크게 될 줄 알았다”고 축하를 건넸다. 두 사람은 과거 정치적 인연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총리는 “잘 모시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총리는 오전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아 큰절을 올렸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DJ와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총리는 서울 마포 동교동 이 여사 자택에서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늘 김 전 대통령이 함께 계셨다”고 회고했다. 이 여사는 “대통령이 총리를 잘 선택했다”고 덕담하면서 “전남지사 때 영·호남 상생을 위해 애쓴 것처럼 총리로서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선 “여사님이 손수 끓여주셨던 시래기국이 지금도 기억난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이 총리는 책임총리의 모델로 꼽았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문 의원에게 “책임총리에 가까웠던 시대가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총리’ 시절인 것 같다”고 존경을 표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정부서울청사로 초청해 환담을 나눴다.

다만 이 총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찾지 않았다. 총리실은 예방 1시간 전에 ‘전 전 대통령 예방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지됐다’며 일정 취소를 알렸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총리실로부터 ‘서울 노원구 수락산 산불 때문에 찾아뵙기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수락산 큰불이 거의 진압됐다. 저는 현장에 가지 않고 오늘의 원래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때문에 이 총리가 호남 민심 등을 고려해 전 전 대통령 예방을 취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