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교민들 “운전기사 착한 사람… 조사 결과 못 믿겠다”

입력 2017-06-02 18:00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환추이구 소재 타오자쾅 터널 안에서 지난달 9일 유치원생들이 탄 통학버스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한국인 유치원생 10명을 비롯해 모두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화재는 운전기사에 의한 방화로 드러났다. 유튜브 캡처

중국 웨이하이 유치원 버스 교통사고 화재 참사의 원인이 운전기사의 방화 때문인 것으로 발표되자 유족들과 웨이하이 교민들은 그야말로 경악했다.

유족들과 학부모들은 운전기사 충웨이쯔씨를 “온순하고 착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특히 충씨는 사고 당시 운전석 쪽 창문이 열린 가운데 버스 중간 부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중국 당국의 관계자들은 “버스 뒤에 앉아있던 아이들을 구하려다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이라고 말해 왔다. 유족들도 그렇게 믿었다.

웨이하이시의 한 교민은 “충씨의 영정을 합동 분향소에 아이들의 사진과 함께 두고 조의를 표해 왔다”면서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사고 어린이들이 다니던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을 졸업했다는 다른 교민은 “중국의 조사 결과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교민들이 나서서 시위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교민들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지난달 9일 사고 당시 화상을 입었지만 생존 상태였던 중국인 인솔 여교사가 사흘 뒤 숨진 것을 두고도 말이 나오고 있다. 여교사의 지인이 중국 SNS에 “병원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했지만 의문의 남성들이 병실을 찾은 뒤 바로 사망했다”고 올린 글이 퍼지다 최근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도 미뤄둔 채 사고 원인의 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현재 사고 희생자들의 시신은 중국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는 상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