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국인 유치원생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통학버스 화재 참사(사진)가 버스 운전기사의 방화로 인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발표됐다. 유족들은 처음에는 납득할 수 없는 수사 결과라며 반발했으나 당국의 추가 설명을 듣고 결과를 수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둥성 공안청은 2일 웨이하이시 란톈호텔에서 열린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버스 운전기사 충웨이쯔(55)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차에 불을 질러 참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충웨이쯔는 2개월 전부터 야간 운행 일정이 다른 기사에게 인계되면서 소득이 감소한 것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범행 전날 자신이 해고될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은 뒤 미리 준비했던 라이터와 휘발유로 통학버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왕진청 산둥성 공안청 부청장은 “웨이하이 통학버스 참사 원인은 운전기사의 방화였다”면서 “발화 지점은 운전석 뒷자리로 통학버스에서 운전기사가 산 라이터와 휘발유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는 지난달 9일 오전 8시58분쯤(현지시간) 웨이하이시 타오자쾅 터널에서 한국인 원아 10명 등 13명을 태운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가 앞서가던 차량과 추돌한 직후 화재가 발생한 데에서 비롯됐다. 당시 추돌 사고에 이어 화재가 발생한 것 자체가 드문 일인 데다 화염이 순식간에 버스 전체로 번진 것도 비정상적인 사례여서 사고 원인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었다.
유족들은 오전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설명 들었다. 유족 대표로 딸 가은양을 잃은 김미석(40)씨는 “오전 설명에서는 중국 수사 당국이 운전기사 개인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으나 당국이 오후에 추가로 공개한 동영상을 보고 운전기사의 소행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 유족이 다 수사 결과에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와 산둥성 정부는 보상과 장례 문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주중 한국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번 사고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다수의 소중한 어린 생명을 앗아간 고의적 방화 사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측이 장례 절차, 보상 등 합당한 사후 처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경악하며 비통해하고 있고 중국은 다시 한번 사망자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유족들에게 위로를 보낸다”면서 “중국 측은 사후 처리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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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안 “유치원 버스참사, 운전자의 방화”
입력 2017-06-02 18:18 수정 2017-06-03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