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 10년 ‘민낯’ 담았다… 노순택 ‘비상국가Ⅱ-제4의벽’ 사진전

입력 2017-06-04 18:44 수정 2017-06-04 21:34
노순택의 작품 ‘2015 서울 명동’. 대기업 통신사 노동자가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앞 전광판 위에서 비정규직 철회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타인이 촬영한 자신의 낯선 모습에 놀랄 때가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노순택(46·사진)은 우리가 보지 못했거나, 봤어도 인식하지 못한 사회 체제의 모순과 부조리를 현장 사진으로 표현해왔다. 그가 지난 10년 간 찍은 사진 200여점을 모아 ‘비상국가Ⅱ-제4의벽’ 사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용산 참사 사건,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세월호 참사, 노동자 고공농성, 광화문 촛불 시위 등 지난 10여 년의 상황을 주로 담았다. 특히 경찰력으로 상징되는 국가와 그에 저항하는 이들의 긴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나라의 맨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시회 제목인 ‘비상국가’란 국가의 헌법적 위기상황을 뜻한다.

노동자의 생존투쟁은 언제나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고공시위 사진 연작 ‘현기증’이 눈길을 끈다. ‘2015 부산 연산동’은 막걸리제조업체와 택시회사 노동자 2명이 복직과 노조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부산시청 앞 광고탑에서 농성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두 팔을 뻗어 손을 흔들고 있다. 고립된 곳에서 손을 내민 모습은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1일 전시장에서 만난 노 작가는 “1931년 평원고무농장 여성 노동자 강주룡이 평양 을밀대 지붕에 올라가 농성한 이래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공장 굴뚝, 송전탑 교각에서 생존보장을 요구하며 목숨 건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공간적 구성으로 보면 이번 작품들은 섬과 뭍의 장면을 이은 연작들이다.

제주도 강정마을을 소재로 한 ‘강정-강점’ 연평도 포격사건을 표현한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등은 섬과 바다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시위 현장의 물대포를 포착한 ‘가뭄’ 연작과 용산 참사의 모습을 담은 ‘남일당디자인올림픽’ 연작, 각종 시위현장에서 경찰의 모습을 찍은 ‘검거’ 등은 뭍 속의 섬 모습이다.

노 작가는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는 이에 항의하는 노숙시위를 5개월 동안 광화문에서 벌였고 그때 찍은 작품도 ‘거짓으로 쌓아올린 산’ 연작으로 전시했다.

우리가 익숙한 미디어 사진의 이전과 이후를 찍는 그는 “괴물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우리 자신에게 종이거울을 내밀고 싶다”며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다. 종이거울은 바로 사진”이라고 강조한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02-733-8949).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