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파리협정이 규정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미국 경제와 주권을 해친다는 게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의 변으로 “나는 파리 시민이 아니라 피츠버그(펜실베이니아 철강도시) 시민들을 대변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부흥을 위해 에너지 정책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충실했다고 주장하자 세계 각국 정상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만든 것이지만 자국이 주도한 협정을 스스로 걷어차면서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파리협정은 미국 경제를 해치고, 미국 근로자들을 좌절시키고, 미국의 주권을 약화시키며, 미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오늘부터 파리협정의 비구속적인 조항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파리협정을 이행하면 2025년까지 미국의 일자리 270만개가 사라진다”며 “미국에 불리한 파리협정을 폐기하고 기후변화협정을 다시 협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국이 체결한 파리협정은 지난해 11월 공식 발효됐다.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수준 대비 2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리협정을 주도한 미국은 온실가스를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고, 2020년까지 30억 달러(약 3조3600억원)를 개발도상국 지원에 쓰기로 약속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 선언 직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하고 재협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들은 곧바로 공동성명을 내고 “파리협정은 돌이킬 수 없으며 재협상 대상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파리협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 응집된 결과”라며 “중국은 기후변화 문제를 고도로 중시하며 앞으로도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는 더욱 야심차게 파리협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래를 거부한 결정”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럼프 ‘美우선’ 환경도 버렸다… 결국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
입력 2017-06-02 18:15 수정 2017-06-02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