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선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더뎠다.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과 이듬해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20대 젊은 영건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 야구는 투수진의 세대교체 실패로 지난 2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치욕까지 당했다. 당시 야구계에선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처럼 10년 이상 공을 던진 선수들에게 의존해야 하느냐”는 자성이 쏟아졌다.
그런데 올 시즌 젊은 영건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발진 합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팀의 에이스로 급성장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장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다. 2015년 kt 위즈에서 데뷔해 그해 롯데로 트레이드된 박세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1일 현재 평균자책점이 1.58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6승2패로 다승에서도 공동 4위다. 두둑한 배짱이 돋보이는 박세웅은 1일 현재 단 한 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KIA 타이거즈 임기영도 연일 호투를 펼치고 있다. 평균자책점(2.04) 3위, 다승(6승2패)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선 팀 내 1위다. 임기영이 선발진에 가세해 호투하고 있는 덕분에 KIA는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도 혜성처럼 나타나 팀 선발진을 두텁게 하고 있다. 특히 최원태는 긴 이닝을 던지는 ‘이닝이터’ 역할을 충실히 하며 장정석 감독을 기쁘게 하고 있다. 올 시즌 10경기에 나와 한 차례만 빼고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LG 트윈스 임찬규는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가 사라지며 연일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4승2패, 평균자책점 1.36이다. 규정이닝만 채우면 곧바로 평균자책점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젊은 영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우선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이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KIA 김기태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 등 많은 사령탑들이 팀 리빌딩을 위해 전략적으로 젊은 투수를 많이 기용하고 있다. 또 올 시즌부터 적용된 스트라이크존 확대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다 보니 젊은 투수들이 더 과감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투수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며 “특히 어린 투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겁 없이 던지는 젊은 투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박세웅·임기영·최원태·임찬규… 영건들이 오랜만에 쏟아진다
입력 2017-06-03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