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는 지식보다 빈번하게 자신감을 낳는다” 박병대 대법관 퇴임사

입력 2017-06-02 05:00

박병대(60·사법연수원 12기·사진) 대법관이 1일 임기를 마치고 법복을 벗었다. 32년 법관생활의 마지막 날에 그는 “무지는 지식보다 더 빈번하게 자신감을 낳는다”며 “법관은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관이 기록으로 발견한 사실은 실상을 그대로 복제하지 못했고, 사실의 실체를 당사자만큼 알기 어려웠다는 토로였다.

그는 “아직 다듬어지지 못했을 때 오히려 더 자신만만하고, 단칼에 재단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있었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6년 전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재판은 늘 새로웠다. 연륜이 더할수록 재판에 대한 두려운 마음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던 그였다. 정작 대법원은 박 대법관이 개인의 인격권 보호, 근로자 권리와 경영권의 조화, 사회복지 수혜 범위 확대를 지향하는 훌륭한 판결들을 남겼다고 평가한다.

박 대법관은 최근 대법원 안팎에서 현안으로 부상한 사법권 독립도 언급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은 두말할 나위 없이 소중한 가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면서도 “법관 독립은 판사의 주관적 신념을 가려주는 방패가 아니다”고 했다. 법관의 소신이 객관성과 중립성의 용인 한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이익에 부응하는지 거듭 살피라는 당부였다.

박 대법관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뻔했지만 독지가의 도움으로 야간고를 다녔다. 서울법대 재학 중인 197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8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용된 이후 사법연수원 교수, 대전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2011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퇴임 뒤에는 법조계 근무 경험을 공익 목적의 봉사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