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소득 불평등이 경제 선순환 막고 있다”

입력 2017-06-01 21:10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소득 불평등의 폐해를 강조했다. 계층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경제 성장→고용 확대→소득 증진→성장’의 경제 선순환 구조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를 축으로 한 ‘포용적 성장’이 대안이라고 봤다. 일자리 중심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발언이다.

이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은 주최 2017 국제 콘퍼런스에서 개막연설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가운데 1순위로 이 총재는 소득 불평등을 꼽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미숙련 일자리가 더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다”며 “세계화와 기술 혁신 진전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낮출 방안으로 이 총재는 포용적 성장을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가 논의되고 있고, 사회 안전망 확충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콘퍼런스 제2섹션에서 ‘포용적 성장과 고용’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이 총재는 세계 경제의 또 다른 과제로 인구 고령화와 금융 불균형도 언급했다. 그는 “장기간 저금리 기조 아래 신흥국으로 국제 자본이 대규모 유입되고 이들 국가에서 민간 부채가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도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이고 소득보다 빠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금융 안정의 주된 리스크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기조연설자로 초대된 존 윌리엄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네 차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연준인데 올해 남은 두 차례 인상을 넘어 세 차례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조금 빨라질 수도 있다는 발언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의 금리결정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이지만 투표권을 돌아가면서 행사하기에 올해 말고 내년에 금리결정 권한을 갖는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설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경제의 잠재적 상방 요인과 재정 부양책을 생각할 때 (금리 인상이) 네 번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현재의 연 0.75∼1.00%에서 3년간 해마다 세 차례씩 인상해 연 2.75∼3.00% 수준이 될 것이란 예측도 했다. 시장이 연준의 점도표를 통해 예상하는 수준이다.

그는 연준의 돈줄 죄기 정책인 자산보유 축소에 대해서도 “올해 말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간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이 주최하는 이번 콘퍼런스는 ‘글로벌 경제 및 금융의 도전 과제: 향후 10년의 조망’이 주제다. 2일엔 ‘지속 가능한 성장’ 및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