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청와대는 이번 사드 보고 누락에 관련된 인사 소환 등 전방위 조사에 들어갔다. 더 나아가 박근혜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전반을 재검증하는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미 양국 관계는 점점 미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던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려운 예산 상황에 직면해 많은 지출 계획을 삭감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를 원치 않는다면 우리는 (배치 비용인) 9억2300만 달러(약 1조300억원)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더빈 의원은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 뒤 “문 대통령의 의견을 여쭙는다”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정권교체가 됐다고 (사드 배치 합의를)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더빈 의원은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더빈 의원이 실제로 “배치 비용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말했는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청와대는 사드 관련 절차가 국내적 문제일 뿐 한·미동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거듭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측에 보고 누락 경위를 조사하는 배경 등을 외교 경로로 전했다”면서 “국내적인 조치일 뿐 한·미동맹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임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던 한·미 간 합의는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해졌다. 청와대는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 평가부터 문제 삼을 조짐이다. 한·미 군 당국은 이달까지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를 마친 뒤 부대시설 공사에 착수할 방침이었다.
국방부는 아직까지 소규모 평가가 법적으로 맞는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략 환경영향 평가는 민간인 토지를 33만㎡ 이상 매입하거나 토지 협의매수 없이 수용할 경우, 토지 소유자가 50인 이상일 경우에만 한다”면서 “성주골프장 내 사업 면적은 10만㎡ 이하여서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앞서 31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을 불러 사드 반입 보고가 누락된 경위를 조사했다.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포함한 실무자급을 조사한 지 하루 만에 장관급 책임자를 불러 추궁한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는 김 전 실장과 한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불러 청문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재인정부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총체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해 2월 갑작스럽게 사드 배치 결정 발표가 나온 배경을 두고 여러 차례 의문을 표시해 왔다. 사실상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전원이 조사 대상에 오르는 셈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번지는 ‘사드 불길’… 논의∼배치 모두 들여다보나
입력 2017-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