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내놓은 ‘일자리 100일 계획’은 꽉 막힌 고용의 물꼬를 터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경제 구조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일자리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일자리위원회는 재정·세제·금융 등 가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일자리 창출 기업엔 당근을 주고,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선 고용부담금을 물리는 등 채찍을 가하기로 했다. 생명·안전 업무와 상시·지속 업무는 비정규직을 못 쓰게 하는 ‘사용사유 제한제도’도 도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신성장 산업에 대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문제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방침’을 선언한 뒤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자회사를 설립해 100여 협력업체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던 SK브로드밴드는 협력업체 사장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일부 협력업체 사장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직원 빼가기를 하려 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온라인 쇼핑 업체 쿠팡은 성과 평가를 통해 배달 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왔는데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방침이 나온 뒤 정규직이 되지 못한 전·현직 배달 기사들이 회사 대표를 고소하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기업 상황이나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은 경영 압박을 받게 되고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하반기 1만2000명을 시작으로 5년간 81만개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러다보니 공약에 맞추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인력을 늘리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올 연말까지 교원 3000명 추가 임용을 비롯, 2022년까지 1만5900명의 교원을 증원하겠다고 했다. 초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데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당 학생 수는 16.9명으로 양호한 편이다. 공공부문 인력을 늘리더라도 수요를 감안해 결정해야지 숫자 꿰맞추기가 돼선 곤란하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더 많은 당근책이 나와야 한다. 여야 협치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 11조원을 통과시키기 위해 시정연설을 통해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기념 추경’, ‘낙하산 추경’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구체적 용도부터 정한 뒤 국회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맞다.
[사설] 정규직 전환 추진, 기업 상황과 업종 특성 고려해야
입력 2017-06-01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