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에 더 덥고 습한 곳에서 세탁기가 혹독한 시험에 들어갔다. 온도 40도, 습도 95%의 공간은 근처만 가도 눅진한 공기가 가득했다. 땀처럼 맺힌 습기 속에서도 세탁기는 계속 돌아갔다. LG전자 세탁기가 완성되는 과정이다.
31일 경남 창원에 있는 LG전자 창원2공장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트윈워시, 건조기, 스타일러 등 LG전자의 의류관리 가전이 생산된다. 1987년 생긴 창원2공장은 당시만 해도 연간 세탁기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 30년 지난 지금 공장은 그대로지만 생산성은 10배 성장해 연간 세탁기 5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공장 안은 바쁘게 조립되는 제품들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11초에 제품 한 개씩이 완성된다. 약 140m의 제조라인에는 직원들이 정해진 자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생산 효율성을 위해 LG전자는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했다. 모듈러 디자인은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표준화해 다양한 모델에 동일한 부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의류관리 가전의 제조라인은 60%대로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 매년 수요가 늘 것에 대비해 생산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다만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정한 자동화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창원2공장 제조라인에서 근무하는 생산 기능직은 560명 정도다.
신뢰성 시험동에서는 세탁기, 건조기 등 제품의 내구성 시험이 진행된다. 도어 개폐 시험실에서는 자동화된 테스트 장비가 제품의 도어를 1만회 이상 반복적으로 여닫는 극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모두 소비자의 손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기 때문이다.
진동 시험실에서는 제품이 과도한 진동을 견뎌낼 수 있는지 시험한다. LG전자는 이날 와인잔 위에 트윈워시를 올려놓고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에서 동시에 탈수를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올해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트윈워시는 지난해에 비해 20%, 건조기는 30% 늘었다. 스타일러는 150% 이상 늘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세탁기의 누적 생산량은 1억7000만대를 넘어섰다. 국내 판매용 건조기의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0배가량 증가했다. 건조기가 세탁기 판매 수량의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수 LG전자 어플라이언스 연구소장(전무)은 “제품이 아니라 공간으로 보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의 관심은 빨래를 개는 기계까지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창원=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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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창원2공장 가보니… 문 1만번 열고닫고 제품마다 극한 테스트
입력 2017-06-01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