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선발 안됩니까… 류, 6이닝 3피안타 1실점 쾌투

입력 2017-06-01 19:23
LA 다저스 류현진이 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정확한 변화구 제구력과 매 이닝 볼 배합을 달리하는 팔색조 투구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선발 재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AP뉴시스

“내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 피는 팀보다 우선이었던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오승환(36·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한국프로야구 후배 류현진(30·LA 다저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그리고 양팀의 경기에서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 류현진은 선발 재진입 가능성을 높였고, 오승환은 ‘끝판대장’의 위용을 뽐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의 경기. 다저스의 선발은 류현진. 류현진은 최근 팀 선발진에서 탈락했지만 알렉스 우드의 부상으로 임시 선발로 투입됐다. 선발 재진입을 하기 위해 이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경기에 앞서 마무리 오승환은 류현진을 만나 “내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이 나가지 않아야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형의 마음을 알았던지 류현진은 이날 경기서 펄펄 날았다. 6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직구 구속은 어깨수술 여파로 평균 90마일(145㎞)에 불과했지만 제구가 잘 된 변화구로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77개의 공 가운데 56개가 변화구였다.

류현진은 또 이닝마다 볼배합을 다르게 가져가는 ‘팔색조’ 투구로 상대 타선을 농락했다. 1회 속구와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제압한 류현진은 2회엔 직구를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3회엔 속구 비중을 늘려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4회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투구를 하면서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활용했다. 5∼6회엔 다시 직구와 슬라이더 비중을 줄이고 체인지업을 내세웠다. 류현진은 1-1로 맞서던 7회 마운드를 내려와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을 4.28에서 3.91로 확 줄였다. 시즌 첫 등판 이후 처음으로 3점대에 진입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타선의 부진으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류현진이 올 시즌 최고의 선발 등판 경기 중 하나를 선보였다”고 호평했다. 류현진도 “구속, 제구가 전체적으로 이번 시즌 중 가장 좋았다”고 흡족해 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는 무척 고무적이었다”며 “우리는 류현진을 언제나 선발 투수로 생각했다.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 나오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바람과 달리 오승환은 2-1로 앞선 9회 나왔다. 1이닝을 완벽히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시즌 12세이브째. 그래도 오승환은 팀 승리보다 류현진의 호투를 더 바랬다. 오승환은 “류현진이 호투하고도 승리하지 못한 것은 나도 아쉽다. 류현진이 좋은 기분으로 다음 등판을 할 수 있어야지 팬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후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