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느닷없는 가야사 연구·복원 지시

입력 2017-06-01 18:09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정리하고 있는 지방정책 국정과제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꼭 좀 포함시켜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식은 요청이지만 대통령의 발언이고 더욱이 ‘꼭 좀’이라는 말까지 덧붙인 것으로 비춰볼 때 사실상 지시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무게를 가지는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말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그냥 흘려 넘길 수도 없다.

역사 연구와 복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좋은 일도 때가 있다. 문 대통령은 국내외적 상황을 의식한 듯 “지금 국면하고는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라고 운을 뗀 뒤 이 말을 했다. 대통령 스스로도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참석한 수석보좌관들마저 의아했을 정도라고 한다.

알다시피 가야는 서기전 1세기부터 6세기까지 김해를 중심으로 세력을 유지했던 고대국가다. 실존했던 국가인데도 역사적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통령 발언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후보 시절에도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김해를 ‘가야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가야 역사의 중심은 김해지역이고, 이 지역은 정치적으로 대통령과 특별한 관련이 있어 괜한 오해를 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당장 필요한 일이라면 오얏나무 아래서도 갓끈 고쳐 맬 수 있다. 하지만 가야사 연구와 복원이 과연 그런 일인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가야는 경남·북을 넘어 섬진강, 광양만, 순천만과 남원 일대의 금강 상류까지 유적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은 영·호남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동서 화합의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것인데 과연 옳은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역사는 역사고, 정치는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