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현대 도시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곳은 누군가에게는 일터고, 누군가에게는 사업장이다. 이들의 독백을 들어본다.
◇김모(25)씨
“저는 춘천교대 4학년입니다. 집은 서울이고,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요.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입니다. 아직 군대는 가지 않았어요. 졸업하고 가려고요. 재수를 했고, 방황하면서 1년을 휴학했네요. 가정 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못한 편이라 용돈과 생활비는 제가 벌어요. 그래도 부모님이 학비는 내주시니 다른 힘든 친구들보다는 나은 편이죠. 대학 입학한 이후부터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지금은 춘천에서 편의점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주중에는 공부에만 집중하려고요. 토요일과 일요일 밤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일주일에 16시간을 일하죠.
저는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을 받아요. 그러면 한 달에 41만4080원을 받죠. 이 돈으로 기숙사비 내고 책 사고, 용돈을 쓰려면 부족해요. 용돈이 많이 모자랄 때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요. 춘천은 서울보다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예전에는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기도 했어요. 솔직히 편의점 업주들을 봐도 딱할 때가 많아요. 본사에서 떼 가는 것도 많고 24시간 편의점을 열어 놓으면 관리비도 장난 아니죠.
하지만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봐요. 그게 힘들면 최소 9000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당 6470원은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죠.
다른 비용에 대해선 모른 체하면서 왜 인건비 올리는 것에 대해서만 말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계모(47)씨
“저는 의정부역 근처에서 편의점을 13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당구장도 하고 비디오가게도 하고 장사라는 건 거의 다 해봤지요. 자녀는 세 명이에요. 대학생 한 명과 고등학생 두 명. 학원비와 학비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지요.
저는 아르바이트 6명을 고용하고 있어요. 주중 3교대로 3명이 일하고, 주말에 다른 3명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요즘은 아르바이트도 주 5일을 지켜야 해요.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이지만 주휴수당(1주 동안 규정된 근무 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휴일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아도 1일분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과 식비, 간식비를 줘야 합니다. 그래서 낮에 일하는 친구들에게는 시간당 7400원, 밤에 일하는 친구들에게는 시간당 7900원을 줍니다. 게다가 월 60시간 이상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임금의 14%를 4대 보험료로 업주가 대신 내줍니다. 최저임금만 얘기하는데, 업주 입장에서는 임금 외에도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요. 제 가게가 조금 잘되는 편인데도 겨울 비수기에는 아르바이트비와 임대료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부부가 12시간씩 맞교대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정치권의 최저임금 1만원 얘기를 들으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영업자들끼리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가게들이 부동산 매물로 쏟아져 나올 거라는 얘기를 해요. 누가 장사를 하겠어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편의점을 하는 것보다 아르바이트하는 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예요.”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공약했다. 김씨와 계씨 모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치란 사회적 갈등을 제도 내에서 풀어가는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이게 나라다’를 뛰어넘어 ‘이게 정치다’라는 청량감을 전해줄 해법이 필요하다.
하윤해 정치부 차장 justice@kmib.co.kr
[세상만사-하윤해] 편의점 안의 두 사람
입력 2017-06-01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