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9년만에 ACL 8강 전멸… 제주, 우라와 원정서 경기도 지고 비매너 오점까지

입력 2017-06-01 19:22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흰색 상의)이 지난 3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을 끝낸 뒤 우라와 레즈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마지막 희망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마저 무너졌다.

아시아 최고라고 자부하던 K리그가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한 팀도 올려놓지 못했다. 2개 팀(포항 스틸러스·전남 드래곤즈)이 출전해 조별리그에서 모두 탈락했던 2008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제주는 우라와 레즈(일본)와 난투극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9년 만의 K리그팀 ACL 8강 탈락이라는 수모에다 비매너 소리까지 들으면서 한국축구의 위상이 추락했다.

제주는 지난 3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와의 대회 16강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0대 3으로 패했다. 1차전에서 2대 0으로 이겼던 제주는 합계 2대 3으로 뒤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 K리그에선 제주를 비롯해 FC 서울과 수원 삼성, 울산 현대가 ACL 정상에 도전했다. 하지만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조별리그 관문조차 넘지 못했다.

K리그는 2009년 ACL 본선이 32개 팀으로 확대된 이후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냈다. 4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김신욱, 로페즈, 김보경 등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한 전북이 결승에 올라 알 아인을 제압하고 우승했다. 서울은 4강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지난해 심판 매수 사건으로 ACL 진출권을 박탈당하며 처음부터 꼬였다. 제주를 제외한 서울, 울산, 수원은 투자는 고사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 결국 이들 3개 팀은 조별리그에서 중국과 일본 팀들에 밀렸다.

K리그는 잇단 오심과 스타 부재 등으로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우라와의 1차전 관중은 고작 1913명이었다. 반면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차전 관중은 1만9149명으로 제주 경기때보다 10배나 많았다. K리그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ACL에서 설 땅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제주와 우라와의 16강 2차전 연장 후반 막판 집단 폭력 사태가 빚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드필더 권순형과 우라와 공격수 즐라탄이 신경전을 벌인 게 발단이 됐다. 특히 벤치에 앉아 있던 백동규는 경기장에 들어와 일본 선수를 오른팔로 가격, 퇴장을 당했다. 1일 일본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우라와는 제주 선수들이 폭력 행위를 범했다며 아시아축구연맹에 항의할 방침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