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현재 법률에서 반드시 구성하도록 규정해 놓은 50여개의 정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위원회에는 시민사회 몫으로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등에서 추천한 위원들을 참여시키도록 법률에서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위원회 운영에 있어서 이상한 현상이 하나 있다. 시민단체에서 추천해 정부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정부위원회에서 의료공급자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등에서 추천된 위원들은 거의 변동이 없는데 시민단체에서 추천된 위원만 유독 변동이 심하다.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민단체에서 추천된 정부위원회 위원은 계속 바뀌는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에서 시민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들의 상당수가 보수·진보 등 이념적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으니 정부위원회의 변동이 예상된다. 적폐 청산이 문재인 정부의 탄생 배경이고 슬로건이다. 그렇다면 정부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위원을 위촉할 때 그 판단기준을 이념적 성향이 아닌 전체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지 여부로 해야 한다.
또한 정부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정부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민사회 몫의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추천 위원이 시민·소비자·환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가?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에 시민·소비자·환자를 대표하는 단체는 없다. 정부위원회 위원 추천 요청을 받은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는 정부가 시민·소비자·환자 의 목소리를 정책·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많은 단체 중에서 선정되었을 뿐이다. 설문조사 방법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표본조사를 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따라서 정부위원회에 위촉된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추천 위원이 전체 시민·소비자·환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정부위원회에 위촉되지 않은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의 의견도 적극 청취하고 정책·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의적절한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정부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정책·제도 관련 아젠다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고, 세미나·토론회·공청회 등을 개최해 사회적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
정부위원회 회의록도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정부위원회 회의에 무단결석을 자주 하는 위원도 퇴출시켜야 한다. 대리 참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출석률이 낮다면 이는 정부위원회 위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추천 위원들이 정부위원회에서 허수아비나 거수기 역할이 아닌 시민·소비자·환자 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아직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새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시기다. 정부위원회 구성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제도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실력과 능력으로 검증된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 추천 위원들이 시민·소비자·환자 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도록 정부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 적폐 청산이다.
한국환자단체 연합회대표
[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정부 ‘위원회’의 생명은 투명성
입력 2017-06-04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