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조민규] 아직도 담배가 산업인가

입력 2017-06-04 19:15

5월31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9.3%다. 많은 금연정책을 마련해 얻어낸 결과다.

그동안 정부는 담뱃값 인상, 경고그림 도입 등 다양한 금연정책을 펼쳐왔다. 담배와의 전쟁은 2014년 4월14일 본격 시작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필립모리스, BATK 등 담배제조사를 대상으로 흡연 피해소송을 제기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 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정리한 5가지 쟁점은 ▲건보공단이 직접손해배상청구 가능 여부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 ▲피고들의 제조물 책임 ▲피고들의 불법행위 책임 ▲원고 손해의 범위 등이다. 담배소송에서 담배제조사가 믿는 것은 세금으로 보인다. 담배로 세수를 확보하는 정부에서 강하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듯하다. 반대로 보면 정부 일각에서 세금 확충을 위해 국민건강을 외면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담배 판매에 따라 얻는 세금은 어디에 쓰일까.

담배 한 갑(궐련 20개비)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지방세(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1450원 ▲국세(개별소비세 594원, 부가세 433원) 1027원 등 약 75%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 중 국민 건강에 사용돼야 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2조9630원(2016년 부담금 운용 종합보고서, 기획재정부)에 달한다. 그렇다면 다른 세금은 어디로 갈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들어간 뒤에는 알기가 힘들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담배 판매에 따른 세수가 어디로 가는지 알수 없기 때문에 담배를 산업으로 보는 부처(?)로써는 절대 놓을 수 없는 수입원이다. 또 이 소송에서 담배제조사들은 미국 케슬러(RICO) 판결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납득하기 힘들다. 담배회사들이 케슬러 판결을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이번 소송에 불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케슬러 판결은 1999년 미국 법무부가 9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사기 및 위법에 대한 혐의, 담배 관련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용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2006년 케슬러 판사가 조직범죄피해자보상법(RICO)을 위반했다고 판결한 사건이다. 이를 통해 ▲흡연의 건강폐해 ▲흡연과 니코틴의 중독성 ▲저타르, 천연담배 등이 건강 폐해를 줄여주지 않음 ▲니코틴 조작 ▲간접흡연의 건강폐해 등 5가지 진실을 담배회사는 알릴 의무를 갖게 됐다.

담배소송에 대한 관심이 초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광고로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소송에서 이겨 대대적인 금연사업에 나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담배를 세수 확충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민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한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