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재발 거듭될수록 치료방법 계속 줄어

입력 2017-06-04 18:15
다발골수종은 증상 완화와 재발을 반복하는 혈액암이다. 한 가지 치료제를 투여하기 시작하면 한동안 질병이 조절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이내 재발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거듭한다. 다발골수종 환자가 여러 번의 재발을 거치게 되면, 다음 재발 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다음 치료에 대한 환자의 반응도 함께 감소하게 된다. 현재 1차 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치료옵션인 벨케이드 치료 이후 재발 또는 불응한 환자의 기대여명은 9개월로 급속히 줄어든다.

재발성 다발골수종은 환자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 자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을 치료의 1차 목표로 삼는다. 최적의 시기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선택해 무진행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생존기간 연장뿐 아니라 향후 치료 예후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무진행생존기간이 연장될수록 재발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치료비, 입원비, 보호자 또는 간병인 비용 등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 절감에 중요한 요소다.

이전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거나 재발한 다발골수종 환자에 대해서도 치료효과가 좋은 치료제들이 이미 시판되었거나 개발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시판 중인 다발골수종 치료제 중 최장의 무진행생존기간(26.3개월)을 입증한 키프롤리스 3제 병용요법(KRd)이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키프롤리스 3제 병용요법은 임상연구에서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였을 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들에서 자주 나타났던 말초신경학적병증 등의 이상반응 발생률도 낮게 나타나, 혁신적이면서도 안전한 재발성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자리잡으며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를 샀다.

그러나 실제로 키프롤리스를 처방 받아 투여하고 있는 국내 환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다. 아직까지 키프롤리스는 건강보험급여에 등재되지 않아 환자들이 100% 본인 부담으로 치료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발골수종은 비교적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 비용을 자녀 등 부양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 치료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1차 치료에서 조혈모세포이식 등으로 이미 많은 치료비용을 지출한 이후에 재발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고, 환자나 가족이 ‘메디컬푸어’가 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결국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치료제의 효과를 기준으로 한다기 보다는 급여가 적용되는 것을 기준으로 치료제 옵션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재발성 다발골수종 치료에 키프롤리스 3제 병용요법을 포함한 신약 치료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는 것과 우리나라의 치료 현실은 괴리가 있다. 하루하루 기대여명이 줄어든다는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하는 재발성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는 다음 재발까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버는 것과 다음 재발 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재정 소요를 고려하는 것이 정부의 마땅한 임무지만, 급여 과정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것은 환자들의 생존과 그 생존을 위한 기회 제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