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에 있는 ‘착한 식당’. 31일 점심에만 350여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1식 7찬에 35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다 맛집이라는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다. 식당 주인은 빛보라교회(임형준 목사)다.
2012년 교회를 개척한 임형준 목사가 ‘밥상 사역’에 팔을 걷어붙인 건 지역 섬김 차원에서다. 특히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젊은 인구가 밀려들자 교회는 식당뿐 아니라 카페와 의류수선센터, 게스트하우스, 전문영어교육학원까지 운영 중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맞춤형 사역에 초점을 둔 것이다.
빛보라교회가 위치한 신대지구는 지난달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2017년 3월 현재)에서 전국 3835개 읍·면·동 가운데 가장 젊은 동네로 꼽혔다. 평균 연령 30.1세로 우리나라 국민의 주민등록 평균 연령(41.2세)보다 11세나 낮은 곳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24일부터 31일까지 전국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17개 지역(군부대 등 특수지역 제외·표 참조)에 있는 교회 20여 곳의 목회자 및 부교역자들과 주일학교 교사, 성도 등을 통해 교회 활동 현황을 들여다봤다.
17개 지역은 주민 평균 연령이 31.3세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 혁신 도시나 주택·산업단지, 신도시 등이 조성되면서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된 곳들이다. 이들 지역 교회들은 젊은 세대들과 호흡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소통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1) 소그룹·열린 예배로 소통
경남 거제시 상동1길의 거제참좋은교회(박용철 목사). 10년 전 개척 당시부터 최근까지 조선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교회 성도 130여명의 평균 연령은 30∼40대로 젊은 편이다.
박용철 목사는 “젊은 층이 많다보니 처음부터 찬양 중심의 열린 예배를 드려왔고, 큐티(QT)와 제자훈련, 셀 단위의 소그룹 활동도 젊은 세대에 맞춰서 이어오고 있다”며 “나이 드신 분들이 불편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30∼40대를 중심으로 교회가 성장해왔고, 특히 역동적인 예배가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경북 구미시 산호대로 구미정다운교회(배성국 목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이 돋보인다. 성도들은 자체적으로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적극 활용해 매일 성경 구절을 나누고 있다. 아울러 연령대·성별을 감안해 10명 안팎의 소그룹 공동체를 두고 서로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고운동에 지난해 말 문을 연 세종동행교회(길남주 목사)는 성도 20명 안팎의 작은 교회다. 길남주 목사는 “전통적인 교회 요소를 갖추면서도 젊은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교회 분위기나 설교 내용, 예배 진행 순서 등에 변화를 주고 있다”면서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 유·초년생 사역에 집중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 본사가 들어선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이곳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던 젊은 직원들이 대거 내려오면서 지역 교회 성도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진 동시에 유아와 초등학생 수가 부쩍 늘었다.
지난 1월 창립예배를 드린 The지구촌교회(최용대 목사)는 주일학교 명칭을 ‘어린이 학교’로 바꿨다. 최용대 목사는 “유·초년생을 둔 부모들이 많고 이들 대부분은 자녀를 중심으로 교회를 찾고 있다”면서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순환대로 동탄동산교회(박동성 목사) 역시 ‘아이들이 갈 만한 교회’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교회에 오면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무엇을 ‘하지 마’라고 말하기보다는 마음껏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박동성 목사의 얘기다.
지난해 충남 천안의 불당신도시에 들어선 두란노교회(박선타 목사)는 교회학교에 전문 사역자를 배치했다. 영어교육을 접목한 ‘히즈키즈(His Kids)’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외국 유학 경력이 20년인 성도가 맡고 있다.
(3) 설교·예배 다양한 실험
순천 빛보라교회의 식당 ‘착한 밥상’ 이용객은 연간 15만명 선이다. 이 중 비신자가 90% 이상이다. 교회는 끼니당 1만원 정도 받아야 하는 식사를 3500원에 내놓으면서 연간 1억원씩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임 목사는 이에 대해 “향후 목회와 지역사회 섬김 사역 차원에서 필요한 건강한 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지역이라는 특수한 지역 상황에 봉착한 교회들의 특별한 시도도 눈길을 끈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지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가 들어서면서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다.
진주화평교회(조재은 목사)는 최근 3년 사이 성도 수가 3배로 늘었는데,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기존 성도들과 타지에서 온 성도들 사이에 이질감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교회에서는 토박이 성도들과 타지에서 온 성도들 간 연령대별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도록 돕고 있다.
충남 천안시 하늘사다리교회 지무현 목사는 “교회 성장보다는 지금 있는 성도들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말씀 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실험을 하는 셈이다.
안규영 이상헌 이재연 이택현 이형민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젊은 동네 섬기는 교회엔 □□□가 있다
입력 2017-06-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