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이튿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효과는 영구적이다’ 이 말을 믿고 덜컥 백내장 수술을 결정한 게 실수였다.” 김경숙(50·여, 가명)씨의 일갈이다. 김씨는 수술 후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가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환자샤우팅카페’에 발언자로 나선 그는 “수술 후 급격한 시력 저하와 안면 마비 증세가 왔다”고 증언했다. 김씨처럼 백내장 수술 부작용에 신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술 건수가 어땠는지를 보면 왜 부작용 사례가 증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 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2016년 백내장 수술 건수는 전체 수술 중 단연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한국소비자원에 제기된 안과 관련 피해 구제 사례 중 백내장 수술은 45.7%로 가장 높았다.
폭발적인 수술 증가에 대해 안기종 대표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접수된 민원에 따르면 백내장 증상이 없었음에도 병원에서 수술을 강권했고 이후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의사들은 수술 필요성 및 다초점 선택의 장점만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인공 수정체는 영구적이고 당장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 환자들이 현혹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술 부작용 피해자인 김씨의 증언도 마찬가지다. 그는 “의사가 단초점렌즈와 다초점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았다. 수술 단점과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숨겼다”며 수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백내장 수술에 대한 쟁점은 ▶1차 의료기관의 수술 남용 ▶비급여 다초점 인공 수정체 강권 ▶수술 장단점 설명 부족 등으로 정리된다. ‘동네병원’으로 불리는 1차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수술을 선호하는 주된 것은 ‘돈’ 때문이다.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병원의 수익 감소에 대한 자구책인 셈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단초점 인공 수정체 대신 비급여 항목의 다초점 수술을 선호하는 것도 ‘돈’과 무관치 않다.
백내장 수술에서 한쪽 눈만 수술을 받게 되면 환자의 본인부담율은 20%이다. 의원은 17만원, 상급종합병원은 23만원 가량이 든다. 양쪽 눈은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각각 30만원, 38만원 선이다. 이렇다보니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안 대표는 “의료계에서 포괄수가제 이후 경영 수익이 30% 줄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단초점과 다초점의 금액 차이가 큰 만큼 환자가 장단점을 알 수 있도록 의사는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 의료분쟁을 변호한 바 있는 이인재 변호사는 “백내장 초기는 굳이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방치하면 실명된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면 환자는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소위 ‘생내장’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작용 피해자 노유근(65·가명)씨는 단초점과 다초점의 가격 차이를 모르고 수술을 받은 경우다. 그는 수술 동의서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노씨는 “상세한 설명이 선결돼야 하는 이유는 수술 결정권이 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의 행태를 보면 기본적인 도덕성이 의심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술 설명이 불충분했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백내장 수술이 수정체를 인공으로 교체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수술을 받는 일도 적지 않다. 환자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설명의 정도를 두고 의사와 환자 간의 입장차는 상당하다. 의사는 충분히 설명했지만 환자가 불만을 보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사의 설명의무가 법제화됐지만 이를 안과 영역 등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결정”이라는 의료계의 비판이 일순 힘을 얻는 이유다.
설명의무위반 처벌이 가벼운 탓에 실효성도 높지 않다. 안과 분야는 위자료 수준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눈 상태의 현격한 악화로 장애판정을 받지 않는 한 의사에게 위자료 이상의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 이인재 변호사는 “백내장 수술은 남용으로 불릴 만큼 문제가 많다”며 “자칫 안과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백내장 수술 남용 의혹… ‘생내장’ 별칭도 “자칫 안과의사 불신으로 이어질라”
입력 2017-06-04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