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딸 정유라(21)씨는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에서 체류하다 강제 송환된 사람 같지 않게 31일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도피 245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정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답했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희미하게 웃기도 했다. 자신과 관련된 특혜를 묻는 질문에는 단호히 “모른다”고 답했고 오히려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이날 오후 3시16분쯤 인천국제공항 27번 게이트 탑승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가 탑승한 대한항공 KE926편은 당초 예정시간보다 27분 이른 오후 2시38분쯤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일반 승객이 모두 내린 후 기내에서 따로 입국심사와 세관, 검역 절차를 마친 정씨는 여성 검찰 수사관 2명과 함께 10m 길이의 탑승교를 건너 취재진 앞에 섰다. 지난 1월 1일 덴마크에서 체포된 지 150일 만이다.
민트색 점퍼와 베이지색 면바지 차림의 정씨는 손목에 찬 수갑을 가리기 위해 파란색 수건을 두른 상태였다. 50여명의 취재진과 공항 직원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지만 당황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침착했다. 말을 아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씨는 기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5분간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우선 정씨는 자녀 때문에 입국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아이가 가족도 없이 혼자 오래 있다 보니 빨리 오해를 풀고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한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보모와 아들도 자신과 따로 한국에 들어올 계획이라고 답한 정씨는 자녀의 입국 날짜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본인의 변호사 비용과 현지 체류비용, 아들의 생활비를 누가 지원하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정씨는 자신과 관련된 특혜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일관했다. 삼성의 승마 지원에 대해 “특혜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던 정씨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어머니(최순실)가 삼성전자 승마단이 지원을 하는 6명 중에 1명이 됐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이대 입학과 출석, 학점 등에 특혜가 드러나 입학 취소가 된 것에 대해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면서 “한 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대 면접 당시 승마복을 입고 금메달을 걸고 간 것에 대해선 “당시 임신 중이라 단복이 맞지 않아서 (입지 않았고) 다른 친구가 입었다”며 “어머니가 메달을 면접에 들고 가라고 해서 이대뿐 아니라 중앙대 면접 때도 가지고 갔다”고 해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최순실씨의 재판에 대해 정씨는 “어머니와 전 대통령님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3년 전 자신의 SNS에 “부모를 원망하라. 돈도 실력이다”라고 적어 논란이 된 것을 두고는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욱하는 마음에 썼던 거 같은데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지금 상당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제가 모든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는 사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저도 계속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도 사실 잘 연결되는 게 없다”고 답한 뒤 검찰 호송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인천공항=박세환 기자foryou@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웃으며 “모른다, 억울하다” 뻔뻔한 모전여전… 정유라 ‘말말말’
입력 2017-06-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