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외교단지서 자폭테러… 최소 90명 사망

입력 2017-05-31 18:06 수정 2017-06-01 03:09
아프가니스탄 보안군 병력이 31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외교 공관 밀집지역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테러로 90명이 숨지고 350여명이 다쳤다. 인근에 위치한 한국대사관도 건물 일부가 파손됐지만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P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공관이 밀집된 단지에서 31일(현지시간)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90명이 사망하고 350여명이 부상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주카불 한국대사관 건물도 일부 파손됐다.

테러는 오전 8시25분쯤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 잔바크 광장에서 벌어졌다. 저수탱크 트럭에 폭발물을 실어 터트린 테러였다. 폭발은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위력이 감지될 만큼 강력했다. 폭발 직후 검은 연기가 도시를 덮었고 사상자들이 쏟아내는 비명 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인근 건물의 유리창이 산산조각나고 거리를 오가던 자동차 수십대도 피해를 봤다. 출근시간에 혼잡한 틈을 타 벌어진 테러로 인명피해가 컸다. 아프간 내무부는 카불 시민들에게 긴급 헌혈을 요청했다.

BBC에 따르면 외교공관을 타깃으로 삼은 계획적 테러로 보인다. 폭발은 외교공관이 많아 수차례 검문과 검색을 통과해야 출입할 수 있는, 요새화된 ‘그린존(Green zone)’ 안에서 발생했다. 정부청사, 대통령궁과도 멀지 않다.

폭발 지점에서 가까웠던 독일대사관은 건물 전면부가 모두 부서졌다. 또 700m 정도 떨어진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인도 프랑스 중국 터키 대사관 건물도 일부 무너졌다. 부상자 중에는 독일과 일본 대사관 직원, 기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우리 교민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후는 드러나지 않았다. 탈레반이 이번 테러와 무관하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함에 따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에 무게가 실린다. IS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이라크 바그다드 등에서 잇따라 테러를 벌이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라마단 기간에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비겁한 공격을 저지른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는 입장을 냈다.

BBC는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해외 파병군대를 목표로 삼은 테러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CNN방송은 이번 테러가 최근 아프간에 추가 파병을 고려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8400여명이 머물며 정부군 훈련과 자문을 맡고 있다. 미 정부 측 요원 2000명도 카불에서 알카에다와 IS 등을 상대로 대테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동맹군도 5000여명 주둔하고 있다.

최근 카불에선 자폭 공격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일에도 미국대사관 근처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했다. 당시에도 IS가 배후를 자처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