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유라 수사 통해 崔-朴 ‘연결고리’ 입증 주력

입력 2017-06-01 05:00
정유라씨가 독일 현지 실내 승마연습장에서 말을 타고 있다. 함께 있는 이는 코치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노승일씨 제공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31일 덴마크에서 강제송환되면서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가 요동치고 있다. 정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내놓을 진술 내용이 새로운 수사 단서가 될 경우 검찰이 검토 중인 국정농단 재수사도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이화여대 학사비리와 삼성 뇌물수수, 재산 해외은닉 등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정씨를 상대로 우선 박영수 특별검사가 발부받은 체포영장에 적시된 업무방해 혐의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입학·학사 행정에 부정과 비리를 초래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부분이다. 정씨의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된 이대 관계자 등이 이미 구속 기소됐고 재판까지 마무리돼 가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정씨 구금 가능 시간인 6월 2일 새벽 이전에 범죄 혐의를 입증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작 정씨 조사의 핵심은 삼성의 승마 지원 의혹으로 볼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에 대한 주요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가 담당하고 부수적인 수사는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맡는다. 1기 특수본에서 삼성의 승마지원 의혹을 중점 수사했던 특수1부는 박 특검 수사 종료 이후 출범한 2기 특수본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담당했다. 정씨 수사를 특수1부가 주도하도록 한 것은 결국 정씨를 통해 삼성의 승마 지원에 관한 비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씨 또한 뇌물수수 공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난 증거를 종합해보면 삼성은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최씨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비밀리에 정씨를 위한 특혜 지원을 했다. 삼성과 최씨 측은 겉보기에는 승마 선수 여럿을 지원하는 것처럼 꾸몄지만 결국 정씨만 혜택을 보는 구조를 만들었다. 삼성이 최씨가 독일에 세운 법인 코어스포츠에 지원한 78억원도 정씨를 위한 마필·부동산 구매 등에 사용됐다. 검찰과 특검 모두 이 돈을 뇌물로 지목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도 삼성은 최씨 몰래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씨는 2016년 2월 삼성 측이 제공한 비타나V 등 말 세 필을 갖고 있다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인 2016년 10월에 30억원이 넘는 명마로 알려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바꿨다. 복잡한 계약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삼성이 나서 덴마크 승마업자 헬그스트란드와 최씨 사이에서 말을 교환해준 것이라고 특검은 판단했다. 삼성 측은 블라디미르 구매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정씨를 구속한 뒤 삼성의 지원과정에서 관여 정도, 사전 인지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또 국정농단 파문 이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했던 만큼 정씨가 파악 중인 최씨의 해외은닉 재산에 대해서도 캐물을 방침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