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사드 4기 들어왔다면서요” - 한민구 “그런 게 있었습니까”

입력 2017-05-31 17:43 수정 2017-06-01 01:10

청와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발사대 4기 추가 반입과 관련해 국방부가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허위 보고를 한 정황을 공개하며 고강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 안보실장은 지난 28일 한 장관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부터 사드 발사대가 추가 반입된 것 같다는 보고를 받은 다음날이다. 정 안보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미 사드 (발사대)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는 취지로 한 장관에게 물었고,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문 대통령이 30일 직접 한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반입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이 사실을 바로 인정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한 장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안 하나하나에 가부를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대화를 하다보면 관점이나 뉘앙스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보고 당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부분의 삭제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지시할 일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청와대가 이날 발표한 보고 전말은 26일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전날 국방부 발표와는 판이했다. 위승호 정책실장 등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날 국가안보실에 사드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이상철 1차장은 보고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1차장은 이날 오후 7시30분 국방부 보고자 중 한 명을 별도로 불렀고, 세부 사항 확인 과정에서 추가 반입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청와대가 처음 발사대 반입 사실을 안 순간이자 국방부가 정 안보실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힌 시점이다.

이 1차장은 27일 정 안보실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리고 28일 정 안보실장이 한 장관과 오찬을 했고, 별도 보고서를 작성해 29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다.

윤 수석은 브리핑에서 “국방부 보고서 초안에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란 문구가 명기돼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검토)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문구 삭제)은 피조사자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사드 발사대 관련 문구가 대선 이전 작성된 보고서에 있었으나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새 정부에 제출된 보고서에 누락됐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문구가 삭제된 것에 의도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누가 보고서 수정 지시를 내렸는지 조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양국 간 진행되는 협의에 부차적 비밀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새 정부에 관련 보고가 누락됐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다만 국방부 강독회에 한 장관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벌써부터 국방부와 국가안보실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웃지 못할 코미디”라며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데 대통령은 국가안보 핵심 사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해행위를 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