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오늘 기념일이라 놀러 왔어요.” 2015년 8월 27일 정유라씨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말 관리사, 친구 등과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회식이 공지가 됐지만 바로 참석하기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8월 27일은 그와 사실혼 관계인 신주평씨가 서로 만나기 시작한 날이었다고 한다. 정씨는 “엄마한테 금일봉을 받아서 놀러 왔다”고도 메시지를 띄웠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들을 보면, 정씨는 연고가 없는 독일에서도 밝은 성격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 일행은 독일 생활에 필요한 물품 구매, 승마장비와 말 구매, 애완견 등에 대해 여러 가지 대화를 주고받았다. 남은 대화의 흔적들은 주로 자동차로 움직일 행선지, 만날 시각과 장소 등이었다. 간혹 최순실씨가 다들 연락이 안 돼 화를 내고 있다는 투의 메시지가 ‘단톡방’에 공유되기도 했다.
가까운 또래들이 단톡방에 많은 터라 젊은 정씨의 말씨가 곱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한번은 정씨가 타던 말은 독일로 운송됐지만, 아끼던 승마장비인 검은색 굴레가 분실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때 정씨는 분노가 크다고 표현했고 다른 이들이 긴장하는 기색을 보였다. 자신이 키우던 애완견이 독일 주민을 물어 신고가 접수된 날도 있었는데 이때 정씨는 신고자를 향해 욕설을 쏟아냈다.
다른 대화를 보면, 최씨는 정씨와 가까운 신씨를 향한 마뜩잖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씨는 노 전 부장에게 “주평이를 다루기 힘들다. 개 사지 말고 앞으로 말을 사러 다니자 하라”고 지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정유라 단톡방 보니… “오늘 기념일이라 놀러 왔어요”
입력 2017-06-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