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31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와 관련한 청와대 조사 결과에 대해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판단했지만 국방부는 일단 보고는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받아들이는 점이 서로 달랐다(한민구 국방부 장관)”고 해명했다. 고의적인 보고 누락은 없었다는 게 국방부 해명이지만 이 과정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민구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해 “(보고 및 대화 과정에서) 주고받은 것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도적인 보고 누락은) 조사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조사가 다 되면 그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항목이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삭제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 장관은 “내가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만 했다. 보고서에 구체적인 숫자를 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표현된 것으로 보고 실무자들이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해명대로라면 국방부는 사드 추가 반입 보고를 했는데 청와대가 이해를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사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큰 관심을 보인 사안이고, 향후 남북 관계와 한·미 및 한·중 관계 설정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보고했어야 하는 사안이다. 의도적 누락은 아니더라도 부실 보고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군사 전문가는 “사드 장비들이 모두 반입돼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가볍게 보고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방부가 문재인정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는 국방부와 달리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여기지 않고, 박근혜정부에서 강행된 사드 배치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의 일방적 비밀주의가 부른 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평소 국민들과 공유해야 할 정보를 보안 명목으로 숨겨왔던 국방부가 사드 관련 주요 정보를 새 정부에도 공개하지 않으려 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파문으로 사드 배치를 연내 완료하겠다는 한·미 국방 당국의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약식으로 진행됐던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이들 과정에 따라 나머지 발사대 4기의 실전배치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는 레이더와 발사대 2기, 사격통제 장비로 초보적 운용은 되고 있지만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4기의 발사대가 추가 배치돼야 한다.
이번 파문은 향후 대대적인 군 인사 태풍과 강도 높은 국방 개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기 보고서에 명시됐던 발사대 4기 관련 문구 삭제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한 데다 대선으로 미뤄졌던 군 인사도 실시돼야 한다.
글·사진=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한민구 “관점의 차이… 고의성 없었다”
입력 2017-05-31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