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생산 6위마저 위태

입력 2017-05-31 18:31

한국 자동차 생산 순위가 지난해 세계 5위에서 6위로 밀려난 데 이어 올해는 그 자리마저 위태롭다. 내수 증가세가 크지 않은 데다 해외 판매가 급감하면서 올해 1분기 생산이 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378대 적은 104만971대에 그쳤다. 1분기 기준으로 97만4388대를 기록한 2010년 이래 7년 만에 가장 적다.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생산량 감소율은 2.8%로 세계 10대 완성차 생산국 중 가장 높다. 10개국 중 생산이 줄어든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2.1%)과 캐나다(-2.5%) 등 북미 2개국뿐이다.

증가율이 가장 큰 브라질은 지난해 1분기 49만1706대에서 올해 1분기 61만531대로 24.2% 늘며 캐나다(60만1410대)를 제치고 9위로 올라섰다. 이어 멕시코 18.2%, 인도 9.7%, 중국 8.3%, 일본 6.5%, 독일 3.2%, 스페인 1.5%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한국은 지난해 1분기 5만9562대였던 5위 인도와의 격차가 올해 1분기 19만9562대로 벌어졌다. 7위 멕시코는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과의 격차를 같은 기간 22만9896대에서 4만6411대로까지 좁혔다. 지금 추세라면 곧 멕시코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 감소는 수출 부진 탓이 크다. 내수는 지난해 1분기 36만8492대에서 올해 1분기 37만4451대로 5959대(1.6%) 늘었지만 수출은 65만3205대에서 62만8172대로 2만5033대(3.8%) 줄었다. 수출 감소량이 내수 증가량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수출 감소는 호주를 중심으로 한 오세아니아와 북미, 중남미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해당 기간 오세아니아는 5만312대에서 3만6621대로 1만3691대(27.2%), 북미는 32만3728대에서 28만5508대로 3만8220대(11.8%) 줄었다. 중남미 수출은 2012년 사상 최대인 12만5180대를 기록한 뒤 매년 급감하며 올해 5만306대로까지 주저앉았다.

계속되는 해외시장 부진은 한국 자동차가 유럽, 일본 등 전통 자동차 강국 제품과 신흥국 현지 제품 사이에 끼여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일본 제품에는 브랜드와 성능에서, 신흥국 제품에는 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수입차 브랜드에 시장을 점점 뺏기고 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품 다각화·고급화를 비롯한 상품성 강화와 해외시장 확대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체들은 현지 수요에 맞춘 차종 출시와 함께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