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 반가워라, 세상을 구하는 여성 히어로 [리뷰]

입력 2017-06-02 00:00
영화 ‘원더 우먼’의 한 장면. 원더 우먼은 DC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저스티스 리그’(11월 개봉 예정)에서 활약을 이어간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악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하는 건 남자의 몫이라고? 고루한 생각은 이제 그만. 덩치 큰 장정들도 휙휙 제압하는 정의의 여인, 우리에게는 ‘원더 우먼’이 있다. 여성 히어로의 대표주자인 그를 단독 주연으로 앞세운 영화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7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1941년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 DC코믹스를 통해 처음 선보인 원더 우먼은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 아테나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헤르메스의 속도”를 지닌 막강한 여전사 캐릭터다. 슈퍼맨 베트맨 등 남성 히어로들로 채워진 DC 유니버스(세계관) 안에서 그의 등장은 꽤나 혁신적인 것이었다.

1970년대 린다 카터가 연기한 TV시리즈물 속 원더 우먼은 성 상품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육감적인 몸매를 강조하는 보디수트 차림의 이 캐릭터가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 자극 용도로 소비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탓이다. 그러나 여성 인권 이슈가 격렬히 대두된 2017년의 ‘원더 우먼’에는 분명 다른 지점이 읽힌다.

패티 젠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원더 우먼’은 고대 아마존 종족이 세운 데미스키라 왕국 공주 다이애나(갤 가돗)가 최고의 전사 원더 우먼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성장기를 다룬다. 대부분의 스토리는 원작과 같다. 다만 제2차 세계대전이 아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시대적 배경을 옮겨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머니 히폴리타(코니 닐슨) 여왕과 이모 안티오페(로빈 라이트) 장군의 보살핌 속에 자란 다이애나는 섬에 불시착한 미군 조종사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를 통해 인간 세상의 전쟁을 알게 된다. 세상을 지키는 일이 자신의 사명임을 직감한 그는 망설임 없이 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용감히 싸운다.

액션의 향연 속에 러닝타임 141분은 눈 깜짝할 새 흘러간다. 데미스키라의 여전사들이 1918년의 독일군과 맞붙는 신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원더 우먼의 전투력은 명불허전. 총알을 막아내는 ‘무적의 방패’와 ‘승리의 팔찌’, 진실을 말하게 하는 ‘헤스티아의 올가미’, 제우스가 남긴 신성한 검 ‘캇 킬러’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폭발적인 액션을 펼친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 펼치는 최후의 전투는 어느 히어로물에도 뒤지지 않는 쾌감을 안긴다.

원더 우먼이 전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책으로만 배웠던 세상에 나와 적잖은 혼란을 느꼈음에도 그는 결코 인간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는다. 이런 순수함과 따뜻함이 다른 히어로와 구분되는 그만의 차별성이다.

31일 개봉한 ‘원더 우먼’은 심상찮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이상 2016)의 연이은 부진 속 마블에 완전히 밀려버린 DC의 자존심을 되살릴 구원자가 될 거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권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