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 기소)씨는 딸 정유라(21)씨의 승마활동을 위해 독일에 세운 기획법인 코어스포츠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에서 정씨 일행을 돕던 노승일(41)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뒤셀도르프에서 지인을 만나겠다”고 허락을 구하자, 최씨는 “회사 관련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비블리스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작은 승마대회가 열리던 2015년 9월 25일부터 27일 사이에도 최씨는 정씨 일행의 존재가 드러날까봐 고심한다. 정씨의 말을 관리하던 이모씨가 “한국 승마선수와 마주쳤다”고 하자 최씨는 “박 원장님(박원오씨)에게 이야기하고 말들 내놓지 말라 하세요”라고 카카오톡 메신저로 지시했다.
최씨가 오래도록 독일 지역에 기반을 마련하고 비밀을 유지하려 애쓴 이유는 결국 정씨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승마선수인 정씨에게는 승마 종주국인 독일이 도피처로서 적합했고, 무엇보다도 정씨의 출산 사실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과 코어스포츠 사이에 이뤄진 지원 계약 역시 비밀스러웠는데, 이 역시 정씨의 출산 사실 등이 다른 승마선수들을 통해 외부에 알려져 창피를 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판단이다.
31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예거호프 승마장과 코어스포츠 간 임대차계약서에는 최씨의 친필 서명이 드러난다. ‘최서원’(최씨의 개명 후 이름)을 한글로 흘려 쓴 형태다. 이 임대차 계약은 실상 최씨 개인이 코어스포츠 설립 이전에 독일 예거호프 승마장과 체결했다. 하지만 특검 조사 결과 이후 임대인을 ‘최서원’에서 ‘코어스포츠’로 바꿔 계약일을 소급한 계약서를 다시 만들었다. 이는 코어스포츠가 최씨의 개인 소유와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기도 하다.
특검이 파악한 이 계약서에 따르면 예거호프와 코어스포츠 간 계약은 2015년 7월 15일 비블리스에서 체결된 것으로 나타난다. 코어스포츠의 등기상 설립일이 2015년 8월 25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양자 간 계약에는 애초 모순이 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결국 코어스포츠가 삼성과 최씨 측 간 계약을 앞두고 급히 설립된 게 아닌 것처럼 꾸민 정황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씨는 또 독일에 체류하던 노씨에게 2015년 9월 21일 카카오톡을 보내 “내꺼(내 것)는 정리해 내 통장에 넣어 놓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정씨 등의 생활비에 투입된 금액을 최씨가 보전 받으려 한 모습으로 풀이된다. 최씨는 2015년 9월 14일 삼성으로부터 코어스포츠에 지원금이 입금됐다는 사실을 보고받는다. 비밀스레 움직여야 했던 노씨는 은행에 가서 전기요금과 통신료를 납부하는 등의 잡무도 최씨의 허락을 얻어야 했다. 최씨는 커피, 이불, 연습장비 등을 구매하는 일도 일일이 직접 지시했다.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 부회장 측은 코어스포츠가 정상적인 조직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어스포츠는 모든 업무를 최씨의 지시에 따라 처리했고, 최씨의 개인회사처럼 운영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정유라 출산 알려질라… 崔, 독일서 비밀유지 고심
입력 2017-06-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