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한국 축구 가능성·한계 보여 준 “공격 앞으로”

입력 2017-06-01 05:04
이승우(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페널티지역으로 돌파하다 후벤 디아스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8강 진출에 실패한 이승우는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좋은 선수가 돼 더 높은 곳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최현규 기자

신태용 감독은 ‘공격 축구’ 신봉자다. 그는 평소 “한국 축구가 강호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움츠리고만 있을 건가”라며 “수비 축구로는 세계 정상권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신태용호’는 공격 축구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노렸지만 16강에서 멈췄다. 한국 청소년 축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줬다.

한국 축구는 국제무대에서 축구 강국을 상대로 ‘선수비-후역습’ 전술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신 감독은 공격 축구로 U-20 대표팀 체질을 확 바꿨다. 한국은 이번 대회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기니를 3대 0으로 꺾은 뒤 2차전에선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제압했다. 국민들은 신태용호의 화끈한 공격 축구에 열광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와의 3차전에서 0대 1로 패하며 주춤했다. 이어 지난 30일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1대 3으로 완패했다.

신 감독은 지면 짐을 싸야 하는 포르투갈전에서도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조영욱 하승운 투톱에 이승우와 백승호를 좌우에 배치하며 사실상 4명의 공격수를 출격시켰다. 그러자 한국은 중원 싸움에서 밀렸고, 후방은 역습에 취약했다. 전반전 상대에게 내준 2골 모두 역습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포르투갈전에서 약한 체력과 측면 수비 불안 등 많은 단점을 노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이 상대 선수들과의 일대 일 싸움에서 밀린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신 감독이 포르투갈전에서 수비에 더 치중해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점유율이 3대 7, 2대 8로 뒤지면서 1대 0으로 이기는 것보다는 세계적인 팀과 대등하게 경기를 하면서 이기는 것이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의 8강 진출 실패를 신 감독과 태극전사들의 책임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말한다. 잉글랜드, 포르투갈 등 유럽 선수들은 프로팀에서 뛰고 있지만 한국 선수들 다수는 K리그에서조차 명단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학팀에서도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 감독은 포르투갈전을 마친 뒤 “성적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