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발사대 4기 왔다면서요” - 한민구 “그런게 있었습니까?”

입력 2017-06-01 05:00

청와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발사대 4기 추가 반입과 관련해 국방부가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허위 보고를 한 정황을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 안보실장은 지난 28일 한 장관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부터 사드 발사대가 추가 반입된 것 같다는 보고를 받은 다음날이다. 정 안보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미 사드 (발사대)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는 취지로 한 장관에게 물었고,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튿날인 29일 정 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고, 문 대통령이 30일 직접 한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반입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정 안보실장에게도 솔직하게 보고하지 않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확인했다는 뜻이다. 한 장관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이 사실을 바로 인정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한 장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기본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일이어서 사안 하나하나에 가부를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대화를 하다보면 관점이나 뉘앙스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보고 당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부분의 삭제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지시할 일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청와대는 전날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 등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국방부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문구 및 발사대를 보관 중인 미군기지(캠프) 이름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차례 국방부 내부 검토 과정에서 ‘6기’ ‘4기 추가 반입’ 및 캠프 명칭이 모두 사라지고 ‘한국에 전개됐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대체됐다.

청와대는 국방부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떤 경위로, 누가 이런 일을 결정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데 대통령은 국가안보 핵심 사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해행위를 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글=강준구 권지혜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