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인 재팬] “차별 받는 한인사회 대변, 교회의 사명이죠”

입력 2017-06-01 00:05
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김병호 목사가 31일 일본 도쿄의 한 사무실에서 ‘마이너리티 선교센터’의 설립 취지와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일대한기독교회(KCCJ)와 일본교회가 하나로 뜻을 모아 지난 4월 8일 도쿄에서 ‘마이너리티 선교센터’를 출범시켰다. 일본에서 차별받는 소수자들(마이너리티)을 위한 기구다. 교회가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에 대한 차별에 맞서 함께 싸워나가자는 취지로 세워졌다.

31일 도쿄에서 만난 KCCJ 총간사 김병호(60) 목사는 “일본 최초의 한인기독교단으로 재일교포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KCCJ가 과거 한인들이 경험했던 어려움을 똑같이 겪고 있는 다른 나라 출신자들을 위해 공생(共生)의 천막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이너리티 선교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KCCJ가 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일본기독교단, 일본성공회, 일본뱁티스트연맹 등 현지 교단들이 동참했다.

센터 사무실도 여러 일본 교단과 KCCJ 총회 사무실이 모여 있는 일본그리스도교회관(도쿄 신주쿠구 니시와세다 소재) 건물에 자리 잡았다. KCCJ 소속 김신야 목사와 캐나다장로교회에서 파송한 데이비드 매킨토시 선교사가 공동 총무로 세워졌다.

센터는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법 제정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고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펼치면서 청년들을 위한 선교, 마이너리티 문제 관련 신학 연구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영문 뉴스레터를 발간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요즘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차별·혐오 발언) 등 혐한(嫌韓) 시위가 다소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제정된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 때문에 횟수만 줄었을 뿐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억제법은 시위 억제만 유도할 뿐 처벌 규정이 없어 시위를 근본적으로 막기가 어렵다. 김 목사는 “일본 온라인에선 청년층을 중심으로 혐한 세력이 더욱 커져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1일 출간한다. 전직 ‘한국통’ 고위 외교관이 대놓고 혐한 서적을 내놓을 정도로 일본사회가 극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사회가 우경화될수록 이곳의 외국인과 소수민족이 더욱 차별 받고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KCCJ는 오래전부터 이런 차별과 싸워온 경험이 있다. 1908년 일본 유학생들이 세운 동경교회에서 출발한 KCCJ는 109년째 재일 한인들 신앙의 중심에 있다. 각종 차별에 따른 한인사회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을 교회의 사명으로 알고 1970년대부터 지문날인 거부, 취직 차별 철폐 등 인권운동에 앞장섰다.

김 목사는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우리보다 어렵게 살고 있는 일본 내 외국인들을 도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센터가 망라하는 마이너리티에는 약소국 출신 외국인뿐 아니라 오키나와 원주민, 홋카이도 아이누족, 부라쿠민(옛 천민집단) 등 차별의 대상들도 모두 포함된다. 김 목사는 “센터가 아베 신조 정권의 마음에는 안 들겠지만 교회는 마땅히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다친 이웃을 보듬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 글·사진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