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입사원 리포트] “낸들 꼰대 소리 듣고 싶겠나”… 상사도 할 말은 많다

입력 2017-06-01 05:01

<글 싣는 순서> ① 퇴사가 꿈이 된 신입사원들 ② 사표 부르는 조직문화 백태 ③ 사표 던진 이후의 삶 ④ 부장들의 항변 ⑤ 사실 나도 ‘꼰대’다

[취재대행소 왱] 많은 신입사원이 “꼰대 때문에 회사생활 못해 먹겠다”고 하지만 상사들도 할 말이 많았다. 밥 먹듯이 하는 야근, 무의미한 회식 등 불합리해 보이는 것도 나름대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들 했다. 취재팀이 만난 여러 기업의 부장급 간부들에게선 ‘억울함’이 느껴졌다. 요약하면 결국 이 말이었다. “낸들 그러고 싶어 그러겠느냐….”

“소통 위한 회식… 왠지 슬퍼지더라”

보험회사 마케팅팀 A부장은 “대학과 회사는 기본적으로 문화가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회사는 실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할 일이 남았다면 야근은 불가피하다.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은 필요한데 신입사원들은 너무 개인생활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정부기구(NGO)에서 근무하는 B차장은 “갑작스럽게 주말에 일이 터지면 현장에 나가야 하는데 불만을 갖는 신입사원들이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지시할 때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일거리가 없는데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지 못하는 문화를 언급한 것도 그였다. B차장은 “회사 업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라며 “당장 붙잡고 있는 일이 없더라도 실제 일을 하다 보면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장’들은 회식문화에 대해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유통회사 C부장은 “나 역시 저녁시간이 소중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그래도 직원들과 대화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억울해했다. 이어 “‘회식 때 카드만 주는 부장이 가장 좋은 부장’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왠지 슬퍼지더라”며 “오히려 사원들이 상사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이나 간단한 저녁회식으로 소통하는 건 어떻겠냐고 묻자 “끈끈한 이야기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부장도 회식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회식 날 약속이 있으면 그냥 가면 되는데 눈치보고 참석한 뒤 뒤에서 불평하더라. 나보고 어떻게 하란 거냐”고 답답해했다.

“인생은 원래… 각박한 것 아닌가”

원치 않는 직무 배치에 대한 신입사원의 불만에 대해선 “모든 직원을 원하는 직무에 배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부장은 “정확한 직무별 티오(TO·정원)에 맞춰 채용하는 건 어렵다”면서 “회사의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하기에 순환보직이 필요하고, 이런 건 사원들이 조직에 적응해야 할 문제인데 단순히 ‘이상한 회사’의 문제로 모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기획관리팀 D부장은 잔소리꾼 취급을 받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부장의 숙명은 직원들의 잘못을 방어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를 책임지는 것”이라며 “악의가 있다면 잔소리도 안 하지 않겠냐. 일을 가르쳐줘도 못 쫓아오기 때문에 여러 번 말하는 건데 뒤에서 욕하는 걸 들으면 조금 섭섭하다”고 말했다. 통신사에 근무하는 E부장은 “당장 필요한 업무가 아니지만 교육 차원에서 숙제를 주는 경우가 있다”며 “신입사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견뎌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부장이 신입사원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A부장은 “미움 받고 싶지 않은 것은 인간의 본능인데 누군들 꼰대 소리 듣고 싶어 하겠냐”며 “직원 눈치 보면서 그냥 퇴근하라고 말하면 직원들은 내 눈치 안 보고 할 일이 남았는데도 그냥 가더라”고 아쉬워했다.

항변을 이어가던 한 부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도 ‘칼퇴’(정시퇴근) 하고 싶죠. 우리도 회사생활 더럽고 치사해요. 그래도 참는 거예요. 서글프지만 원래 인생이 각박한 것 아닐까요.”

글=이용상 손재호 권중혁 기자 sotong203@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