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보고누락 엄중하지만 대놓고 조사할 일인가

입력 2017-05-31 17:19 수정 2017-05-31 21:24
청와대는 31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의도적으로 보고서에서 누락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5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됐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삭제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를 파악하고 지난 28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지만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정 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고 격노한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또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청와대 조사가 사실이라면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엄중 사안임이 분명하다. 발사대 4기 반입이 지난달 언론 보도로 많이 알려졌다고 해도 새로 취임한 대통령과 정부에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게 맞다. 최초 보고서에 있던 내용이 왜 삭제됐는지, 누가 의도적으로 누락했는지 등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군에서 어떤 의도를 갖고 조직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면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보고 누락과는 별개로 국가 기밀과 연관된 안보 사항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개적으로 조사를 지시한 것이 타당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문 대통령 집권 후 사드 배치에 변화가 생길지 민감하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6월 말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다. 또한 중국은 여전히 강력하게 배치 철회를 요구 중이다. 이번 일로 배치 절차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 중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 가뜩이나 북한이 매주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어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대통령과 국가 안보를 책임진 군이 맞서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청와대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당장 야당에서는 곤경에 처한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을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군을 궁지로 몰아 국방 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말들이 도는 것 자체가 문 대통령과 새 정부에 득 될 게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