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로부터 10㎞가량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서 수중 통신이 가능할까. 지난 30일 수중 통신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인천 앞바다를 찾았다. 인천 남항에서 배를 타고 20여분 이동하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SK텔레콤과 호서대 고학림 교수 연구팀은 이날 음파를 통해 문자와 사진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첫 기지국 기반의 수중통신망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이번 시연은 안테나 역할을 하는 센서를 바다에 빠뜨린 뒤 정박돼 있는 송신 배를 통해 데이터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신 배에서 문자를 보냈다는 연락이 온 뒤 몇 초 지나자 화면에 ‘Welcome press’라는 문구가 떴다. 사진 전송을 요청하자 곧이어 컬러 사진도 도착했다. 이 기술은 재난 상황에서 구조물 붕괴 등 수중 현장을 사진으로 알리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땅 위에서의 통신과 달리 바닷속 통신 환경은 수시로 바뀐다. 특히 서해는 물이 탁하고 수심이 얕아 수중 통신을 하기 쉽지 않다. 고 교수는 “바닷속에 수중 기지국을 만드는 수중통신 방식을 실증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수중 기지국에 집적된 각종 데이터를 수중 통신을 통해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수중 통신망은 물속 음파와 공기 중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수중 통신기술은 선박 사고나 쓰나미, 해저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활용될 수 있다. 수중 소음 센서를 이용해 잠수함을 탐지하거나 잠수함 간 통신을 하는 등 국방 분야에도 쓰일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어종 변화를 예측하거나 수온, 조류, 염도 등 수중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는 지진이나 쓰나미 관측을 위한 수중 통신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수중 사물인터넷(IoT)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 곳곳의 관측소에서 유선망을 기반으로 수중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연구 내용은 빅데이터로 구축해 환경이나 국방 분야에 활용된다.
SK텔레콤과 호서대는 수중 통신망 연구를 위해 오는 10월 서해안에 실험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0∼2021년에는 실험망을 최종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텔레콤 박진효 네트워크기술원장은 “SK텔레콤은 재난망, 철도망, 해상망 및 수중망에 대한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기반을 활용해 수중 통신망의 최적 설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인천=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세계 첫 바닷속 기지국, 수중 통신망 시대 열었다
입력 2017-06-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