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4.0시대] 전력회사들 빅데이터·디지털화 집중… 사업 확장 가속도

입력 2017-06-01 17:55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전력회사들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발전의 자동화를 추구하고, 최적화된 발전 모델을 만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맞추겠다는 게 목표다.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40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40년 전 세계의 에너지 수요는 2013년 대비 33% 증가한다. 에너지원별로는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지만 저탄소 에너지원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석탄과 석유 비중이 27년간 9% 포인트 감소하는 반면 신재생과 가스는 각각 5% 포인트, 2% 포인트 늘고 원자력도 2% 포인트 증가한다.

에너지 수요 증가와 에너지원 다변화는 새 시장 창출을 의미한다. 이에 글로벌 전력사들은 시장을 선점하면서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 에너지·자동화 다국적기업 ABB는 발전업계의 패러다임이 한 방향 소통에서 다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기존에는 기업이 전력을 생산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일방통행’이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사람·사물·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인터넷을 활용해 전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유용한 데이터를 기업이 수집한다.

ABB는 고유의 데이터 관리 시스템 ‘심포니 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전력사용 데이터를 수집한 뒤 각 고객의 전기제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이다.

ABB는 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전소 운영을 관리하면서 가동정지 시간을 기존 대비 50% 단축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자사 장비뿐만 아니라 발전업계, 나아가 다른 사업에도 적용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아울러 GE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통한 발전소 관리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발전소와 동일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디지털발전소’를 따로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시행하고,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는 방식이다. 발전소 가동 중단 기간을 최소화하고 수조 달러 규모의 비용을 매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GE의 설명이다.

독일의 전기·전자기업 지멘스 역시 디지털화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전에 발전소의 고장을 방지하고 불량률까지 줄여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멘스는 이미 ‘H클래스 가스터빈’을 비롯한 고효율 발전설비와 관리 시스템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멘스는 전 공정의 자동화와 함께 무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지멘스는 발전소의 디지털화를 통해 불량 발생을 자체적으로 예측하고 원인까지 사전에 제거하고 있다. 계측제어 시스템 ‘SPPA-T3000’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 모델은 지멘스 제품뿐만 아니라 타사 터빈까지 제어·보호한다.

국내에서도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 사업 모델을 찾으려는 에너지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한국동서발전과 지난 3월 기술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한전기술의 발전설비 설계 기술력과 동서발전의 발전소 건설 노하우를 융합하겠다는 취지다. 발전설비 정비 기술력을 보유한 한전KPS도 동서발전과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공모전 참가 접수를 받고 가스산업과 첨단 기술의 융복합 방안을 모색했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보다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인 전력 생산·공급을 위해 신기술의 필요성도 같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해 각종 신기술과 에너지를 융합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