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포르투갈에 1대 3 석패…울지마! 너희들에겐 내일이 있다

입력 2017-05-31 00:46
이승우(왼쪽)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에서 1대 3으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드러눕자 골키퍼 송범근이 그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다. 백승호(오른쪽 두 번째)도 주장 이상민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4강을 목표로 했지만 포르투갈에 일격을 당하며 16강에서 짐을 쌌다. 천안=최현규 기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났지만 아쉬움에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얼굴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런 태극전사들을 바라보는 신태용 감독의 눈시울도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16강에서, 너무 빨리 ‘신태용호’의 여정이 끝났다. 하지만 국민들은 지난 열흘 동안 그들이 있어 행복했다. 관중은 “대∼한민국”과 “괜찮아”를 외치며 태극전사들에게 환호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에서 1대 3으로 패했다. 한마디로 꼬인 경기였다. 꼬인 경기는 대략 이렇게 흘러간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준다. 동점골을 넣기 위해 반격에 나선다. 하지만 오히려 잇따라 추가골을 내준다. 마음이 급해져 공·수 밸런스가 무너진다. 파상공세를 펼쳐 만회골을 뽑아내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 ‘신태용호’는 그렇게 무너졌다.

포르투갈의 2선 침투가 날카롭고 양 쪽 풀백의 오버래핑이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신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조영욱과 하승운이 투톱으로 나섰다. 중원에선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가 이승모, 이진현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수비라인엔 윤종규, 이상민, 정태욱, 이유현이 포진했다.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경기 분위기는 한국이 전반 10분 선제골을 허용하며 일찌감치 포르투갈 쪽으로 흘렀다. 한국은 역습을 당한 상황에서 유리 히베이루에게 왼쪽 측면을 뚫렸다. 히베이루는 문전으로 낮은 크로스를 날렸고, 미드필더 브루누 알메이다가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전반 27분 추가골을 내줬다. 이번엔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이 뚫렸다. 샨디 실비라가 오른쪽을 돌파해 크로스를 올렸고, 볼이 윤종규의 등을 맞고 흐르자 브루누 코스타가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24분 알메이다에게 결정타인 3번째 골을 얻어맞았다.

한국은 후반 36분 만회골을 뽑아냈다. 이상헌이 왼쪽 측면에서 날아온 우찬양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멋진 감아차기로 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공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승부는 수비에서 갈렸다. 포르투갈의 수비는 지능적이고 효율적이었다. 수비수들은 노련한 위치 선정과 빠른 볼 처리로 한국의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또 주저하지 않고 반칙을 하며 한국의 역습을 사전에 막았다. 반면 한국은 양쪽 측면 수비가 헐거웠다. 또 상대에게 너무 쉽게 슈팅 기회를 허용했다.

전반 30분 이전 두 골을 허용한 한국 선수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자 패스도 흔들렸다. 부정확한 패스로는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없다. 한국은 공격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공격 흐름이 좋지 않았다. 미드필드에서 공격수들에게 이어지는 패스는 속도와 정확도에서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이승우의 돌파와 개인 기량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상대 수비수들에 봉쇄당해 맘대로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했다.

한국은 체력과 조직력, 경기 운영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결정적으로 개인 기량의 차이가 컸다. 측면 수비 불안과 플레이메이커의 부재, 단조로운 공격 루트 등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한편, 앞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또 다른 16강전에선 베네수엘라가 연장전 끝에 일본을 1대 0으로 꺾고 8강에 선착했다.

천안=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