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할 기회는 적어도 세 번 있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임 김관진 안보실장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을 때, 국방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할 때, 문 대통령이 국방부를 방문해 현안 보고를 받을 때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국방부는 한 번도 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진상조사를 지시한 만큼 그 배경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돈봉투 만찬’처럼 이번 사건이 국방 개혁의 대대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주일 만에 첫 현장방문 일정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찾았다. 북한이 취임 나흘 만인 14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을 발사하며 안보 위기를 고조시킨 데 따른 조치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북핵 능력 고도화와 맞물려 사드 배치의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따라서 국방부는 문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해야 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지난 21일 정 안보실장이 임명된 뒤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보고는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이 사실을 인수인계했어야 했는데 왜 안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조차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26일 정 안보실장에게 별도 보고했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정책실에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했지만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드 1개 포대가 들어왔다는 표현,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됐다는 내용을 알 만한 구절이나 아라비아숫자 ‘4’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안보실장이 대통령께 보고했다면 이런 반응이 나왔겠는가”라며 “불행히도 그런 과정이 없었다. 이 중요한 사안이 취임 20일이 지난 상황에서도 저희 새 정부 누구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임명 후 8일이 지난 29일에야 정 안보실장이 사드 추가 배치 사실을 파악,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이 30일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한 것도 추가 반입 사실 자체보다 정부 조직의 보고 누락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다양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국방부 지휘라인에 대한 대대적 문책이 예상된다. 특히 국가안보실뿐 아니라 민정수석실에도 조사를 지시한 것은 이 문제를 공직기강 차원에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청와대는 특히 보고 누락이 사드 기지에 대한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직접 언급했다. 따라서 그동안 이뤄졌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면밀한 경위 조사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환경단체 등은 정부가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치렀다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당초 3단계 평가를 약속했다가 소규모 평가로 바꾸거나 환경부도 추진 절차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북 성주 인근 주민들이 제대로 의견 개진도 하지 못한 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해 왔다.
글=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사드 ‘몰래 반입’ 파문] 3번의 보고 기회에도 ‘쉬쉬’…軍개혁 신호탄 되나
입력 2017-05-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