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의 독재자인 마누엘 노리에가(사진)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의 병원에서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노리에가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지난해 뇌종양이 발견돼 지난 3월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중남미 최악의 독재자’로 불린 노리에가는 쿠데타로 들어선 군부 정권하에서 1983년 최고사령관에 오르면서 국정을 장악했다. 노리에가는 집권 초반에는 중남미 좌파 정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며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다.
특히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권에 반대하는 우파 세력에 무기를 공급하는 ‘이란-콘트라’ 사건 때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 마약 거래,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끝에 89년 12월 20일 미군의 침공으로 축출됐다. 그는 미군이 침공하자 주파나마 바티칸 대사관으로 피신했다가 이듬해 1월 3일 항복한 뒤 미국으로 압송됐다.
그는 이후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마약거래 및 돈세탁 혐의 등으로 30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다 2011년 12월 본국으로 추방됐다. 돌아와서는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살인 혐의로 60년형을 선고받아 지난해까지 감옥에 있었다.
노리에가는 미국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지만 미국도 독재자를 지원하며 ‘빗나간 외교’를 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특히 범죄자를 잡겠다며 주권국가인 파나마를 침공한 것은 지금껏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사망 소식에 후안 카를로스 바레라 대통령은 “노리에가의 죽음으로 비로소 역사의 한 장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파나마 前 독재자 노리에가, 뇌종양 수술 후 치료 중 사망
입력 2017-05-30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