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여름철 한강변 낚시꾼 몰려

입력 2017-05-31 05:00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철교 옆 한강시민공원에서 낚시꾼들이 모자로 햇빛을 가린 채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표지판에는 '이 주변은 낚시금지 구역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상헌 기자

낮 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갔던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철교 옆 한강시민공원. ‘낚시금지’라고 쓰인 팻말 너머로 낚시꾼 두 명이 간이의자에 앉아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 한 명은 영등포구 주민 김모(60)씨. 그는 “평소 운동 삼아 한강변을 뛰는데, 금지구역에서도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어서 나도 한번 나와 봤다”며 멋쩍어했다.

이곳만이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한강을 찾는 낚시꾼이 늘어나고 있다. 한강의 강태공들은 매운탕거리로 쓸 붕어나 잉어를 잡으러 낚시를 금지한 구역까지 찾아들어간다. 인터넷에는 한강에서 고기가 잘 잡히는 곳을 알려주는 정보도 흔하다. 다리 밑이나 갈대밭이 입질 많은 포인트로 소개된다. 시민이 많이 드나들고 안전위험이 있어 대부분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낚시꾼들은 금지구역에서 낚시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연간 3500건이 단속에 적발되지만,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례는 지난해의 경우 100분의 1인 35건뿐이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금지구역과 제한구역을 혼동했다거나 나이 많은 분들이 적발될 때가 많아 웬만하면 계도하자는 게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단속은 청원경찰과 단속공무원이 맡는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청원경찰과 단속공무원이 24시간 3교대로 한강을 따라 설치된 11개 센터를 돌며 순찰한다”고 설명했다. 인력이 부족해 꼼꼼히 단속하긴 어렵다. 한 청원경찰은 “낚시 단속 말고도 시민 휴식활동 보장, 환경보호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단속에만 모든 시간을 쓰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러니 금지구역에서 낚시하다 적발돼도 “몰랐다”거나 “다음부턴 안 하겠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간다. 이날 오후 7시쯤 한 금지구역에서는 김모(67)씨가 낚싯대 6대를 펼쳐놓고 있었다. 그는 “단속될 일은 거의 없다”며 “특히 공휴일에는 공무원들이 단속을 잘 안 한다고 들었다. 단속에 걸려도 낚싯대를 옮기면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외국인들까지 낚싯대를 들고 한강으로 몰려온다. 금지구역인 여의도에서 낚시를 하던 이모(60)씨는 “외국인이 많은 대림이나 신대방이 가깝다 보니 낚시하는 외국인도 자주 본다”고 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중국인이나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들도 금지구역에서 여러 번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금지구역을 지정한 건 낚시꾼과 한강 보행자 사이에 충돌을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낚시하다 강에 빠지는 사고도 있고, 철새도 보호해야 한다. 한강사업본부는 2013년 12월 낚시꾼과 보행자들이 부닥친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금지구역을 3㎞가량 더 늘렸다. 여의도와 난지도, 뚝섬을 포함해 금지구역은 모두 28.28㎞에 이른다. 금지구역이 아닌 제한구역에선 1인당 낚싯대를 3대까지만 쓰고 떡밥이 아닌 생미끼만 쓰면 낚시를 할 수 있다.

오주환 권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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